그림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정리된다
무라이 미즈에 지음, 박정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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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림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정리된다>, 다소 큰 기대를 안겨주는 제목이다. 정말 그림 하나로 세상 만사가 정리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이 책이 세상의 모든 것을 정리시켜주는 그림을 그리는 법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전략 수립'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히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책에서는 세상 사람들이 많이 쓰는 두 가지 언어로 문자와 숫자를 이야기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을 두 분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문자를 쓰는 사람, 문자와 숫자를 쓰는 사람. 얼마 전 읽었던 <경영은 전쟁이다>에서 인상깊었던 지침 중 하나가 바로 숫자로 모든 것을 표현하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문자는 말하는, 혹은 글쓰는 사람의 솜씨에 따라서 이리저리 부풀려질 수 있지만, 숫자는 사실 그 자체를 표현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숫자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크거나 작게 느껴질 수 있지만, 문자보다는 좀 더 사실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

그러나 숫자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확실한 이점을 제공하지만, 그 외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숫자는 다가가기 어려운 언어, 다가가기 싫은 언어다. 또 하나, 숫자로 장난 치기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네이버에 뜨는 기사들 중에 헉!하고 눌렀다가 에이~하고 끄는 수많은 기사들이 명확한 팩트를 왜곡하는 숫자를 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세번째 언어, 저자는 '그림'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림의 기원으로 돌아가서 원시인들이 의사소통을 하는 데 그림을 썼고 그게 알타미라 벽화로 남아 있다는 뻔한 이야기를 하는 대신에, 그저그런 아이디어들이 난무하는 회의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문제 해결에 사용할 수 있는 팁을 제시한다.

저자가 정리해 준 그림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크고 복잡한 문제는 인수분해 그림으로 정리한다.
먼저 집중할 것은 매트릭스 그림으로 파악한다.
선택과 결정이 필요하면 비교 그림으로 분석한다.
복합적인 실행이 필요할 때는 표 그림으로 체계화한다.
뒤죽박죽된 생각을 콘셉트 그림으로 명확하게 한다.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려면 세로가로선 그림으로 계획을 세운다.
생각과 결과를 지배하고 싶다면 프로세스 그림으로 관리한다.

막상 하나 하나 따져보면, '에이, 이정도는 나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막상 회의 때 많은 아이디어들을 보기좋게 정리하는 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아이디어들을 자유자재로 연결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복잡한 문제를 하나 하나 요점별로 나누고 또 요점마다 원인을 분석하다 보면 간단한 문제들로 쪼개진다. 그리고 비로소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이 책의 장점은 여기에 있다. 문제별로 해결책이 될 만한 그림의 유형을 제시해 두었기 때문에, 어떻게 그림을 그려야 할 지부터 막막한 사람들에게 일단 이렇게 따라해보면 되겠구나, 하는 길잡이가 된다.

사실 이런 이야기가 매우 새로운 이야기만은 아니다. 조별 발표가 많은 대학생들부터 주간, 월간, 연간 보고서를 끊임없이 작성하고 발표도 해야 하는 직장인들까지, 회의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깔끔한 정리가 필요하고, 누군가에게 발표를 하고 보여줄 상황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삶은 문제 해결의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워드로 작성해 푸는 방법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PPT를 활용하는 이유는 한번에 보기 편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저자는 파워포인트 등의 디지털 그림을 이용하기보다는 슥슥 그리고 바로 지울 수 있는 손그림을 추천한다. 만약 다시 새로운 피티를 작성해야 하는 부담을 가진 사람이라면,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고, 바로 전송해 PPT 슬라이드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길잡이가 주어졌으니, 응용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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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은 전쟁이다 - 불황을 모르는 경영자의 전략노트
고야마 노보루 지음, 박현미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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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춤을 글로 배웠습니다'

몇 년 전 동영상 검색 기능을 광고하는 카피다. 실제로 해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을, 글로만 가르치는 지식 검색을 꼬집고 있다. 창업 붐이 불고 많은 사람들이 경영자가 되고자 하지만 그 중 대다수가 '경영을 글로 배운' 사람이 아닐까 싶다. 나도 마찬가지다. 대학에서 경영을 배운 것이 아니라 경영'학'을 배웠기 때문에, 실전 경영을 하는 것은 경영'학'을 배우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을 거라는 두려움이 앞선다.


물론 경영'학'도 학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영 전략을 짜는 기본 법칙을 배우기 때문에 법칙을 튼튼히 하면 응용하기가 쉬울 것이다. 많은 기업에서 상경계열 전공자를 찾고 또 그래서 많은 인문사회계, 혹은 이공계 학생들이 경영학을 이중전공하고자 하는 것일 테다. 이를테면 경영학은 전략을 짜는 방법을 알려 준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특히 소규모 기업일수록, 그리고 단기적 성과일수록 전략보다는 전술이 빛을 발할 수 있을 텐데, 상대적으로 전술은 무시되고 있다. 그래서 실제로 사업을 하는 선배들이 경영은 책에 나온 상황과는 별개라며 '실전'을 강조하는 것 같다. 이 책, <경영은 전쟁이다>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측면에서 제시하는 전략의 기초보다는 바로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전술에 대한 책이라고 여겨진다.


지하철에서, 잠들기 전에 몇 분, 혹은 화장실에서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깊게 새길 수 있는 짧은 문장들을 경영 일선에 있는 지인 분들을 생각하며 체크하게 되었다. 또 경영의 대상이 '기업'에 그치지 않는 요즘,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의 인생의 경영에 있어서도 새겨둘 만한 문구들이 여럿 있었다.


'경영은 현금으로 시작해서 현금으로 끝난다'는 사실은 실제로 경영을 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저자의 충고인 것 같았다. 경영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할 수 있으나, 실제로 이익이 나고도 현금이 없어서 위기에 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조언이기 때문이다. 모든 결과물을 숫자라는 언어로 표현하여 결정하라는 조언 또한 경영 및 경영컨설팅에서 잊지 않아야 할 기본적인 자세다. 직원의 보고서를 1) 숫자, 2) 고객의 정보, 3) 경쟁 회사의 정보, 4) 거래처의 정보, 5) 자신의 의견으로 시스템화하여 사실만 보고하게 하는 것은 어디서나 쓰일 수 있지만 잘 하지 않는 유용한 보고서 작성법이다. 같은 숫자에 대해서도 '평균값이 아니라 최빈값으로 판단'하라는 조언을 덧붙인다.


반대로 '결과물이 없는 직원일수록 열심히 했다는 말을 한다'와 같은 조언은 스스로를 뜨끔하게 한다. 이 책을 추천한 휴넷 조영탁 대표는 낮은 자리에 있을 때도 자신을 스스로 리더라고 생각했다는데, 그런 의미에서 리더십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을 산출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비슷하게 '뭔가에 열중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을 뽑는다'는 말도 그렇다. 기업 채용시 많은 자기소개서에서 요구하는 '열정을 다한 경험을 서술하라'는 문항의 의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능동적이고 뭔가에 항상 지적 갈급함이 있는가에 대한 자문을 해 보는 계기도 되었다. 반면 '자신을 지나치게 어필하려는 사람은 감점 대상이다'라는 따끔한 조언은 '튀지 않아야' 오래 갈 수 있는 조직 생활의 생리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계획이란 자신의 의지를 숫자로 나타내는 것'이라면서, 복잡한 머릿속의 생각을 종이에 적고 우선순위를 매기라는 조언은 자기계발서에도 많이 나오는 내용이다. '당장 한다, 당장 변경한다, 당장 그만둔다'와 같은 팁들은 새해를 시작하면서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된 것인데, 이 책의 저자도 자신의 회사에 적용한다고 한다. '자신에게 맞는 롤모델이 중요하다'라는 말은 경영자로서라기보다는 인생 선배로서 해 주는 조언처럼 느껴진다. '비슷한 수준의 사람을 봐야 자극이 된다'는 말도 그렇다. 가장 공감이 갔던 말은 소설가 조정래 선생님이 하셨다는, '스스로 감동했을 때 비로소 노력한 것'이라는 말씀이 생각나는 이야기다.


 "감동은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났을 때가 아니라 평소의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일을 했을 때 일어난다." (p.181)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한 일을 꾸짖는다'와 같은 팁은 굳이 회사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 적용해볼 만한 팁이다. '사람과의 교류는 기브 앤 기브다'라는 말도 그렇다. 이 말을 좀 더 확대해석해 보면, 회사의 운영 자체가 점점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안에서 진행되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서는 상사와 부하, 영업직원과 고객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고객, 그리고 기업이 위치한 지역 사회와의 관계까지 모든 관계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깊게 생각해볼 만한 말들도 있다. '기회는 평등하되 성적에 다라 차등을 두는 게 공평이다'와 같은 말들은 능력주의와 공정 사회라는 두 가지를 회사라는 성과주의 문화 안에서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에 대한 답을 준다.


물론 자본주의의 냉혹한 세계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산출물을 낸다는 것이 녹록지는 않다. '스케줄의 기본은 약속을 겹쳐 잡는 것'이라는 뻔뻔한 저자의 주장에 혀를 내두르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 경영의 원칙은 세상에 적용된다. 저자의 마지막 조언, '위기일 때가 기회다'라는 말이 정말 그러하다. 거시적인 세계는 항상 변하지만, 그 안에서 항상 '생즉필사, 사즉필생'을 생각하고 빠르게 대처한다면 경영이라는 전쟁을 겪어내기가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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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살 길이 보인다
김선호 지음 / 다산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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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아빠 나이, 혹은 그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을 듯한 저자는 세상에 남부러울 것 없는 직책은 다 거친 사람이다. 서울대 출신에 미국 유학까지 갔다 와서 고위 공무원에 CEO, 대학 교수까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랑스러움이 더할 나위 없었을 것이다. 세 번은 타의로, 세 번은 자의로 직장을 그만둘 수 있었던 것도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보았다. 저자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저자의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 저자의 인생 이야기에 있어서 뜨끔,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도 '남들이 보기에 멋있는' 직업, '남들이 보기에 괜찮은'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았는가. 그러기 위해서 행동으로 나서기보다는 편하게 책상머리에 앉아서 펜대나 굴리지는 않았는가. 저자의 인생 이야기가 나의 30년 후는 아닐까 겁도 났다.


"어떤 사람이 뭐든지 시종이 해 주는, 밥도 시종이 먹여주고, 골프도 시종이 쳐 주고, 화장실에서 지퍼도 시종이 내려주는, 하여튼 모두 시종이 해 주는 천국 같은 곳에 가 보니 엄청 좋았대요. 처음엔 좋았는데 그래도 너무 할 일이 없으니 점차 심심해졌답니다. 그래서 이제는 자기가 직접 해보겠다고 말했대요. 그랬더니 시종이 '여기는 다른 것은 다 할 수 있는데 스스로 하는 것은 허용이 안된다'고 하며 절대 시켜주지 않더래요. 심심해서 미칠 것 같은 이 사람이 '그러면 나를 여기 천당 말고 그냥 일 많은 지옥으로 보내달라'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이 시종이 말하기를 '그럼, 여기가 천국인 줄 아셨어요? 여기가 지옥인데요.'"


저자의 조언은 아직 나에게는 와닿지 않으나, 베이비부머 이후 세대, 30대에서 40대들이 읽기에는 유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아내가 보험의 구조가 오늘날처럼 변하기 전에 보험을 들어 두어 치료비보다 많은 보험료를 탔듯이, 앞으로의 미래에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를 생각하고 대처한다면 생각하지 못한 때에 뜻밖의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은 '그래야 살길이 보인다'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살 길이 보인다는 것인지 나는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인생을 살아야 할 이유를 반드시 찾으면 일어설 수 있다는데, 저자도 아직 인생의 이유를 찾아가는 사람인 것 같다. 저자도 인정하듯, 저자가 체면치레를 하느라 구멍내버린 적자를 메꾸는 것은 저자의 아내다. 저자는 교수님답게 이런저런 조언을 제시하지만, 결국 사업은 자기가 해 봐야 체득하는 것이라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나서도 끝까지 저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내가 무엇을 이루었노라고 말하는 바가 없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는 생각도 든다. 다른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많으나 정작 내 이야기가 되었을 때는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막막함.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 내는 법조차 잊어버린 팍팍한 현실 속에서 30년을 살다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 편의 글이 완성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자 많은 아버지들의 현실을 작가가 그대로 나타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저자의 에필로그는 우리 아버지 세대가 꼭 보셨으면 싶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없을 리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고향을 떠나, 부모도 떠나 낯선 객지를 헤매던 젊은 시절에 머무를 곳도 없이, 내일 아침 먹을 밥도 국도 없이, 공장 직공으로, 공사장 막부로, 만원버스 차장으로, 16시간 노동하는 미싱공으로, 남의 가게 점원으로, 중국집 배달부로, 부잣집 가정교사로, 원양어선 선원으로, 사막의 노동자로, 세상 온 데 장사꾼으로 떠돌며 얼마나 춥고 배고프고 외로웠습니까. 부모의 품이 얼마나 그리웠습니까. 세상이 얼마나 두려웠습니까. 그 때를 돌아보면 지금 우리는 참 많은 것을 가졌습니다. 홍시를 들고 온 아들을 두 손 들어 반겨주는 노모가 있고, 남편의 무심을 인내하고 기다리다 '이젠 나라도 죽기 살기로 가정을 버텨 내겠다'는 똑똑하고 당찬 아내도 있습니다. 가진 것도 별로 없는 아버지의 얼굴에 뽀뽀를 해 주는 아들과 딸이 있고, 김치며 된장국 정도야 언제라도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돈도 있습니다. 헤진 이불이라도 따뜻한 잠자리가 있고, 무엇보다 30년 동안 세상의 칼바람을 모두 맞으며 쌓은 지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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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제국
에번 D. G. 프레이저 외 지음, 유영훈(류영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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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에세이집에서 작가와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이 있었다. 작가는 항상, 뭔가가 먹고 싶다고 했다. 내가 바로 그렇다. 오늘처럼 추운 날에는 뜨끈뜨끈한 샤브샤브가 먹고 싶고, 짭짤한 죽까지 만들어 먹고 나면 찐득한 핫초콜릿이 먹고 싶고, 그러고 나면 샤베트나, 하다못해 치클껌이라도 씹어야 한다. 어디에 뭐가 맛있더라, 하는 맛집 블로그도 운영했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작가는 '삶에 대한 의욕이 많은 사람'으로 긍정적으로 표현해 주었다.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성적 욕구는 채워야 했던 까뮈랑 나랑 다를 게 뭐란 말인가. 나는 절대로 자살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 빼고.

그래서 이 책을 접하기 망설여졌다. 혹시나, 음식 속에 숨겨진 '흑역사'를 까발리는 책은 아닐까. 몇 년 전에 육식에 숨겨진 비밀에 대한 책을 읽고 고기와 우유, 계란도 먹을 게 못 된다는 생각을 했(고 어느새 망각의 동물인 나는 다시 고기를 입에 달고 살게 되었)던 터라 선뜻 책을 펴지 못했다.

다행히, 이 책은 우리가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어하는, 우리가 먹는 고기들이 어떤 환경 하에서 길러지고 이러한 문제가 인간과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조명을 중심으로 하지는 않는다. 대신 로마 시대와 그 이전 주나라, 상나라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우리 인간의 삶을 '음식'이라는 테마로 풀어낸다.

마르크스를 따라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나는 '투쟁'이라는 테마로 이해했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닥쳐올 전쟁은 '식량 전쟁'이 될 것이라고들 한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온 인류가 처한 식량의 문제에 대해 언급한다. 지구의 기온은 점점 농사짓기에 적합하지 않도록 변해 가고 있고, 토양은 점점 빈곤해져 가는데 식량을 소비할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인류가 이를 직면하고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분류해보면 '음식의 제국'의 역사는 인간의 두 가지 투쟁, '자연 대 인간', '인간 대 인간'의 투쟁으로 풀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환경, 노동 등의 사회적 문제는 더욱 많아진다. 말 그대로 "복잡한 매듭을 물고 있는 것"이다.


"현대 경제에는 생산과 소비 사이에 복잡한 일련의 연결 과정이 있다. 다시 말해, 농부가 렌즈콩을 기르는 순간과 소비자가 이것을 먹는 순간 사이에 연료, 노동, 가공, 포장, 광고, 유통 등의 세세한 단계가 빼곡히 들어차 있는 것이다. 이 모든 비용을 계산하기란 매우 어렵다."


먼저 자연 대 인간의 투쟁을 살펴 보면, 인류는 보다 많은 생산량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관개를 통해 물을 대고, 질소를 비료로 활용하는 법을 익혔으며, DNA를 조작하여 더 많은 수확량을 얻는 쾌거를 올렸다. 그리고 이렇게 얻어낸 음식물을 절이고, 얼리는 등 오래 보관하는 법도 알아냈다. 한편 인간은 '고기'를 통하여 필요 이상의 단백질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이제는 귀족이 아닌 일반인들도 '고기 반찬'을 먹을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섰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모든 노력들이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킨 예수를 흉내낸 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더 많은 수확량을 얻기 위한 유전자 조작은 더 많은 화석연료와 더 많은 농약을 필요로 했다. 고기 한 근을 생산하는 데 이보다 더 많은 옥수수가 들어간다. 그리고 이러한 식습관은 '광우병'과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부분들은 인간의 성과를 자랑하는 데 가려 상당 부분 무시되었다. 그리고 기술을 믿는 많은 사람들의 낙관론에도 불과하고 저자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진단한다.


"이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식생활을 환경적 명령에 따라 바꿀 것이냐, 경제적 명령에 따라 바꿀 것이냐. 어느 쪽이 되었든 인류의 식습관은 변화해야만 한다.(p.232)"


어떻게 보면, 자연은 태초부터 '그냥 있었다'. 인간이 '살고자' 하는 데서 나아가 '더 많이 가지고자', 욕구를 확장시켜 욕망에 이르면서 '그냥 있는 자연'과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투쟁이 진행중인 가운데, 인간과 인간의 투쟁이 일어난다. 이 책에 나오는 인간의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굶주림을 달래기 위해 '먹고 싶어하는 자', 미식의 즐거움을 향유하기 위해 '즐기고 싶어하는 자', 그리고 이 둘 사이를 오가며 '부를 축적하고 싶어하는 자'. 후추를 찾고자 시작된 식민지 시대와 몇년전 나를 메스껍게 만들었던 <정글>에 나오는 고약한 사업가의 이야기는 사실은, 현재 진행형이다. 공정무역에 앞장서서 '사랑받는 기업으로'까지 꼽히는 스타벅스의 공정무역 양이 사실은 5%, 벤티 사이즈의 한 방울에 그친다는 비유는 적절하다. 비단 스타벅스 뿐이겠는가. 식량 문제를 경제 논리로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쉽게 풀 수 없는 난제다. 장사꾼의 이윤이 빈민층의 건강보다 우선시될 때 폭동이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영화 <레미제라블>의 문제는 오늘날도 반복된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저자는 이상적인, 그리고 비현실적인 답을 일방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공정무역과 슬로푸드같은 최근의 트렌드를 귀띔한다.


"21세기의 핵심적 질문 가운데 하나는 '전통적' 농법을 쓰는 작은 농장들만으로 과연 도시 인구를 먹일 수 있겠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도시와 문명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우리의 도시, 경제, 식생활, 건강, 그리고 산다는 것과 먹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달려 있다."(p.300)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중요한 것은, 인간의 욕망까지 멈출 수 있는가하는 문제다. 전지구적인 경쟁에서 화합으로 어떻게 넘어가느냐가, 음식의 제국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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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드 캠페인 Squared Campaign - 소셜캠페인을 넘어 모든 마케팅 개념을 하나로 통합하는 강력한 힘
박종성 지음 / 임프레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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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마지막 학기에 들었던 '매체기획론' 수업의 마지막 순서는 항상 조별 발표였다. 특히 새로운 미디어들이 등장하는 요즘 기업들이 이런 미디어들을 활용해서 어떤 기발한 캠페인들을 펼치고 있느지 유튜브 등을 이용해 보여주는 것은 새로운 것을 원하는 교수님과 발표를 지루해하는 학생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발표 소재였다. 이 책, '스퀘어드 캠페인'에는 그 때 썼던, 그 때 봤던 사례들이 대거 나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이러한 사례들의 등장을 '스퀘어드 캠페인'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정의하고 있었다.

스퀘어드 캠페인은 능동적 참여, 높은 확산성, 방어기제 해제라는 목적과 참여, 체험, 증강현실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타겟, 미디어, 메시지라는 삼각형 구도로 이루어졌다면, 스퀘어드 캠페인은 Experience hand, Share, Database, Experience, Real space, Cross Media라는 여섯 가지 구성 요소로 구성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기존에 있었던 IMC를 square, 광장이라는 넓은 공간에 맞도록 변화시키자는 저자의 주장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Web 2.0 시대와 함께 나타난 수많은 ATL, BTL 미디어들은 '인정받고 기억되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새로운 미디어들이 처음에는 미디어 자체로 주목을 받을 수 있지만, 나중에는 결국 다시 질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진심으로 고객을 기억하고 그들의 생활 패턴 가까이에 있는, 적어도 '그런 척'이라도 할 수 있는, 미디어 기획이 필수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많이 쓰이고 있는 빅데이터가 이를 가능하게 하지 않을까.

또한, 책에서 보여준 수많은 사례 캠페인의 중심에는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는 단순히 이름이 아니라 이름으로 대표되는 가치들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강화되고 이해되지만, 그 전에 브랜드의 실체를 만드는 사람들, 즉 경영자와 내부 직원들간의 가치 공유가 선행되고 이것이 제품의 특성과 차별화된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을 통해 드러날 때 고객에게 인식될 것이다. 책에 나온 사례들이 같은 자동차 브랜드라도 벤츠는 안전을, 폭스바겐은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표시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폭스바겐의 '즐거운 세상 만들기' 캠페인 같은 경우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것이 'fun drive'라는 폭스바겐의 의도를 적극 반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소비자가 인식하는 폭스바겐의 브랜드 이미지가 '즐거움'인지는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 안에서 한 발 나아간 '스퀘어드 캠페인'은 매체의 확장을 통해 소비자가 경험적으로 느낄 수 있는 더욱 기발하고 새로운 캠페인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가 인용한 마셜 맥루언의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마지막으로, 스퀘어드 캠페인의 설계 단계는 '체험'을 핵심으로 한다. 그 핵심을 통해 어떤 가치를 전달할지 결정했다면, 개별 미디어가 아닌 '미디어의 조합'을 선택하여 핵심체험과 유입 접점 고리, 연결 플랫폼, 그리고 대체 체험을 설계하고 확산 화살표를 그리는 방법을 책에서는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브랜드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어떤 매체를 사용할 것인가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못지 않게 고민이 되는 문제다. 광고 제작보다는 매체 구입에 훨씬 많은 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새로운, 그리고 효과적인 매체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창의적이고 감동적인 메시지만 있다면 소비자들은 언제든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다. 저자가 제시한 스퀘어드 캠페인의 원칙들을 이용해서 어떠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캠페인들이 우리의 눈과 귀, 마음까지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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