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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정리된다
무라이 미즈에 지음, 박정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그림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정리된다>, 다소 큰 기대를 안겨주는 제목이다. 정말 그림 하나로 세상 만사가 정리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이 책이 세상의 모든 것을 정리시켜주는 그림을 그리는 법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전략 수립'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히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책에서는 세상 사람들이 많이 쓰는 두 가지 언어로 문자와 숫자를 이야기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을 두 분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문자를 쓰는 사람, 문자와 숫자를 쓰는 사람. 얼마 전 읽었던 <경영은 전쟁이다>에서 인상깊었던 지침 중 하나가 바로 숫자로 모든 것을 표현하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문자는 말하는, 혹은 글쓰는 사람의 솜씨에 따라서 이리저리 부풀려질 수 있지만, 숫자는 사실 그 자체를 표현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숫자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크거나 작게 느껴질 수 있지만, 문자보다는 좀 더 사실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
그러나 숫자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확실한 이점을 제공하지만, 그 외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숫자는 다가가기 어려운 언어, 다가가기 싫은 언어다. 또 하나, 숫자로 장난 치기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네이버에 뜨는 기사들 중에 헉!하고 눌렀다가 에이~하고 끄는 수많은 기사들이 명확한 팩트를 왜곡하는 숫자를 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세번째 언어, 저자는 '그림'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림의 기원으로 돌아가서 원시인들이 의사소통을 하는 데 그림을 썼고 그게 알타미라 벽화로 남아 있다는 뻔한 이야기를 하는 대신에, 그저그런 아이디어들이 난무하는 회의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문제 해결에 사용할 수 있는 팁을 제시한다.
저자가 정리해 준 그림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크고 복잡한 문제는 인수분해 그림으로 정리한다.
먼저 집중할 것은 매트릭스 그림으로 파악한다.
선택과 결정이 필요하면 비교 그림으로 분석한다.
복합적인 실행이 필요할 때는 표 그림으로 체계화한다.
뒤죽박죽된 생각을 콘셉트 그림으로 명확하게 한다.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려면 세로가로선 그림으로 계획을 세운다.
생각과 결과를 지배하고 싶다면 프로세스 그림으로 관리한다.
막상 하나 하나 따져보면, '에이, 이정도는 나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막상 회의 때 많은 아이디어들을 보기좋게 정리하는 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아이디어들을 자유자재로 연결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복잡한 문제를 하나 하나 요점별로 나누고 또 요점마다 원인을 분석하다 보면 간단한 문제들로 쪼개진다. 그리고 비로소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이 책의 장점은 여기에 있다. 문제별로 해결책이 될 만한 그림의 유형을 제시해 두었기 때문에, 어떻게 그림을 그려야 할 지부터 막막한 사람들에게 일단 이렇게 따라해보면 되겠구나, 하는 길잡이가 된다.
사실 이런 이야기가 매우 새로운 이야기만은 아니다. 조별 발표가 많은 대학생들부터 주간, 월간, 연간 보고서를 끊임없이 작성하고 발표도 해야 하는 직장인들까지, 회의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깔끔한 정리가 필요하고, 누군가에게 발표를 하고 보여줄 상황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삶은 문제 해결의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워드로 작성해 푸는 방법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PPT를 활용하는 이유는 한번에 보기 편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저자는 파워포인트 등의 디지털 그림을 이용하기보다는 슥슥 그리고 바로 지울 수 있는 손그림을 추천한다. 만약 다시 새로운 피티를 작성해야 하는 부담을 가진 사람이라면,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고, 바로 전송해 PPT 슬라이드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길잡이가 주어졌으니, 응용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