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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미래 - 편견과 한계가 사라지는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라
신미남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9월
평점 :
공학박사, 경영 컨설턴트, 벤처기업 창업자, 대기업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중년의 여성 신미남씨. 그녀가 젊은 여성들에게 들려주는 여성의 무한한 가능성과 리더가 되기 위한 자질이 이 책 [여자의 미래]에 담겨있다. 사실 여성에 한정지어 생각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들이 더 많다. 남성 상사가 여성 부하직원을 더 키우기 위해 읽어봐도 좋을 책이고, 그와 무관하게 남성이 자기계발을 위해 읽어도 좋을 책이다.
내가 느끼기에 저자는 굉장히 치열한 삶을 살아온 일명 "독한 여자"이다. 성별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열정적인 사람이었기에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으리라. 내가 가지지 못한 추진력, 열정,엄청난 에너지 등을 가진 분이기에, 그녀의 제안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었다. 나는 유약해서 치열하게 사는 데엔 잼병인지라...나에게는 조금의 여유가 내 삶을 영위하는 데 더 알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향이 다르다고 배울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겠나. 그럼에도 새겨들을 말들은 많았다.
임원들 앞에서 업무 발표를 하고 우수직원으로 선정되면 그 해 팀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상사에게 C등급을 받았다던 저자. 그녀가 1995년 겪었던 일이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나는 정식으로 인사고과를 받는 종류의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 몰랐는데, 2년 전쯤 내 친구에게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 친구는 인사고과에서 항상 A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육아휴직이 끝나고 돌아와 일을 한 해에 C를 받았다고 했다.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있었고,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던 적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C를 받아 납득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다녀온 여직원들은 으례 낮은 인사고과를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B를 주지나 않으려나 했는데, C라니. 친구는 그 일로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라는 것은 법적으로 당연히 주어지는 근로자의 권리이다. 그런데 그 권리를 행사했다고 해서 업무에 차질이 없는 여직원에게 낮은 인사고과를 주는 것이 말이 되느냔 말이다. 말이 안 되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일하는 여성에 대한 인식이 말이 아니다. 어른들이나 전업주부들에게 질타를 받는 일도 여전하다. 일하면서 아이도 키우고 살림도 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 다 잘하지 못 할 바에는 그냥 집에 들어앉아 애를 키우는 게 낫지 않느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아이는 부부가 함께 낳았는데, 왜 여자가 아이를 키우고 교육하는 일을 전담해야하는 것처럼 말하는 걸까. 사회적 인식이 아직 덜 성숙된 상태라 그러한 것 같다. 하지만 저자의 세대, 나의 어머니의 세대에 비해 여성의 지위가 높아졌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상황이 점차 좋아지고 있으므로 실망할 일은 아니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여성들이 소통과 공감에 능한 존재이며, 사용자 친화적인 특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그 결과 알리바바의 경영진 34%, 전체 직원의 48%가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여성의 정계진출 및 요직에 임명되는 비율도 높아졌다. 우리나라도 문재인정부에 들어서면서 내각의 구성의 여성 비율을 30%로 끌어올린 것을 보면 시대의 흐름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중간에 일과 육아, 살림에 지쳐 9개월간 전업주부의 삶을 살았던 적이 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남자든 여자든 모든 사람은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집안에,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도 성별을 불문하고 부부가 함께 일을 처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여성이 일을 해서 좋은 점은 경제적 자립, 가정 경제에 일조이다. 부부 중 누구 한 사람에게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도 가정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으며, 남편이나 시댁의 부당한 요구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다. 실제로 나는 남편이 일로 힘들어하면 언제든 그만 두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위로는 100% 진심이다. 나는 남편을 힘들게 하는 직장이나 일은 척결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내가 있으니 걱정말고 일을 그만두라는 말. 멋지지 아니한가? 반려자가 된다는 것은 그런 것 아닐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배우자를 세상에 홀로 선 듯 외롭고 힘들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함께 인생을 헤쳐가기로 약조한 사이에 갖는 의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남자들이 많다. 이렇게 애 키우기 고단할 바에야 차라리 아내가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를 기르고 집안을 꾸리는데 집중하고, 자신이 경제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뭐든 올인하면 위험한 법이다. 백업 플랜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그런 의미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창하게 유능한 여성인력으로서 살아가며 이 세상에 한 획을 긋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남편과 내가 동등했으면 좋겠고, 나의 딸이 미래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여자의 삶'의 굴레에서 고통받기를 바라지 않기에 여성의 사회진출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처럼 큰 꿈이 있어서 끝없이 도전을 원하다면 그렇게 살기를, 그게 아니라 조금은 안정된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살기를, 그 선택에 여자라서 생기는 걸림돌이 없기를 바란다.
결국 크게 보면 이 책은 여성의 미래라기보다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성별에 의한 차별이나 제한이 없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인재를 등용하는 미래의 사회를 예견하며 그 시대를 준비하자. 그것이 그녀가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아닐까.
나는 이토록 두꺼운 유리천장도 언젠가는 반드시 깨질 것이라고 믿는다. 재료공학적인 관점에서도 유리라는 물질은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균열이 생기면 그 균열에서부터 금이 생기고, 그것이 다른 부분으로전파되어 쉽게 깨지는 속성을 갖고 있다. 아무리 두꺼운 유리라도 지속적으로 기를 쓰고 들이받으면 반드시 깨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유리의 그런 속성을 알아야 하고 맹렬히 부딪힐 필요가 있다. 우리가 균열을 만들기 위해 계속 도전한다면 깨지지 않을 유리천장이란 없다. p.45-46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안정적이고 좋다고 말하는 일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눈높이가 아닌 오직 나의 시각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물어야한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답은 밖에서 주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나 스스로와 대화함으로써 찾아가는 것이다. p.111
열등감은 훈련을 통해 충분히 성장의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다. 단순히 열등감에 대한 관점만 바꾸더라도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근육의 양이 늘어나듯이, 열등감을 전환하는 일 또한 같은 원리다. 계속 하다 보면 더욱 잘하게 되고, 그러면 나를 괴롭히던 열등감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열등감을 자신의 성장 동력으로 전화할 것인가, 열등감으로 고착된 무력감만 무한히 반복하며 살 것인가? 인생의 방향과 그로 인한 결과는 오직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p.1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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