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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실에는 마녀가 필요해 ㅣ 바다로 간 달팽이 25
이시카와 히로치카 지음, 송소정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제공받고 완독 후 적는 포스팅입니다.]
여전히 판타지와 아이들의 고민을 다루는 이야기가 인기이다. 하지만 이번에 북멘토에서 새롭게 나온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가게가 아닌, '학교'라는 공간, 아이들에게 집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곳인 '학교'에서 마법이 일어난다. 이전의 판타지 책들은 '선택받은 아이들만이 '가게'를 방문하면서 마법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이 이야기는 '모든 아이들에게' '언제든지' 올 수 있는 보건실에서 일이 일어난다. 바로 보건실 선생님이 마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야기는 아이들이 가장 가까운 공간인 '학교'에서, 이 학교에서 특히나 아이들이 공부하고 싶지 않은 날에 도망 갈 수 있는 곳이 '보건실'에서, 언제나 보는 '선생님' 사이에 일어나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누구나 학창시절 보건실에서 누우면서 잠깐 수업을 쉬는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고, 학교를 지금 다니는 아이들도 열이 나는 듯 한 날, 친구들과 놀다가 상처가 난 날 쉬러 보건실에 가게 된다. 이렇게 학교에서 쉴 수 있지만 그렇다고 또 함부로 언제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보건실에, 아이들의 고민을 해결해줄지도 모르는 주술을 부리는 마녀 선생님이 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보건실이기도 하지만, 몸의 보건실보다는 마음의 보건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학교에도 Wee교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마치 보건실과 Wee를 합쳐놓은 느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정도로 아이들과 소통을 잘하는 선생님이다.

다만, 이 글은 그냥 가볍고 아이들의 일상고민을 다루는 재미있는 책이 아니다. 생각보다 무겁다. 성희롱이라든지, 스토커라는 무거운 문제도 다룬다. 이 문제들을 조심스럽게 스쳐지나가는게 아니라 제법 진지하게 다루면서 이 문제에서 여성으로서의 입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작가가 '마녀'라는 존재를 선택했을 것이다. 책에서도 마녀는 사회에 미움을 받는 약자라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지만, '마녀'는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과거에는 마녀로 의심되기만 해도 화형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작가는 사회적인 약자로서 여성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요정이나, 요괴, 도깨비가 아니라 '마녀'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렇게 재미와 함께 10대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고민, 거기다가 10대 아이들도 경험할 수 있는 사회적인 문제들(책에서 스토킹을 당한 것은 학생이 아니었지만)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다. 특히나 마녀 선생님은 아이들의 고민을 무조건 해결해주지 않는다. 단발성 주술도 있고, 주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청소년들이 유쾌하면서 진지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른도 생각할거리가 있지만 읽기 가벼운 책으로 좋다)
"행동을 했던 입장에서는 그저 장난일 뿐일지도 모른다.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해버린다.
당하는 쪽에게 여성으로서의 존엄을 짓밟히는 경험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생각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