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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기본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이정미 옮김 / 로북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일타강사들이 학생들에게 영어나 수학 공부법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을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서 강사들이 늘 강조하는 내용이 있는데, '기본에 충실하자'이다. 기본 개념을 모르는채 무조건 문제를 푼다든지, 기본 개념 없이 무조건 진도를 나가서는 안된다는 조언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내용이지만, 사실 쉽지 않은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학생들도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진도를 나가야 하는데" 하면서 기본으로 돌아가는 조언에 대해 어색해하고 시간낭비일까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더욱이 아이러니하게도 문제를 푸는게 개념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 쉽다. 왜? 공식을 외우면 되니까. 그래서 기본 개념은 대충, 스리슬쩍 보고 문제풀이로만 가는것이다.
「철학의 기본」도 이러한 책이다. 철학의 기본, 기본개념을 10개의 주제(인간, 지식, 도덕, 행복, 종교, 세계, 자연, 제도, 사회, 역사)에 따라 하나하나씩 집고 하는 책이다. 이것 또한 기본부터 시작해서 '철학'부터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철학이 뭔데?' 라는 질문에 대한 답부터 시작하고 위의 10개 주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철학의 '기본'이라고 해서 결코 쉽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공부를 하는 프로그램과 같이, 오히려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재미가 없어도 꼭 다뤄야하는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과 같이 각 주제에 대해서 기본이자 기본으로 돌아간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두 가지 입장,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다른 입장, 그 파생된 입장에 대한 상반된 입장, 완전히 무관한 또 다른 입장. 이렇게 각 주제에 대해서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진 철학자는 물론이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철학자들도 소개하면서 독자들이 더 넓은 세계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전부터 철학에 관심이 있어서 성인이 된 이후에도 "청소년을 위한 철학책"이라든지, 종합 철학책을 좀 읽은 사람으로서 이 책은 정말 '정석'과 같은 책이었다. 관심을 가진 부분은 정말 흥미롭고, 팔이 아파도 한 쪽에서 몇 문장씩이나 필사를 하게 되고, 몰입하면서 보았다. 하지만 관심이 적은 부분이나 생소한 부분은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이전에 읽은 책들이 '오락거리'와 같았다면, 이 책은 그야말로 '철학교과서'와 같다고 느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로 읽거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나와 같이 유난히 더 흥미롭고 술술 읽히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좀 더 어렵고 낯선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드는 생각은 이 책 한 권에 엄청난 철학지식을 쉽고 깔끔하게 설명하고 있어, 철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철학의 기본'을 쌓는데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이 이 책을 보면서 여러 주제에 대한 철학자들의 생각을 보면서 그 방대한 내용에 감탄을 하다가, 이 많은 내용을 이렇게 알기 쉽고 일목요연하게 한 권의 책에 담아놓은 것에 한 번 더 놀랄 듯하다. 책의 구성 또한 깔끔하여 가독성이 좋으며, 중간중간에 중요한 부분에 밑줄이 그어져 있어서 집중하기도 좋다. 또한 각 내용의 끝에 추가적인 내용이 있는데 이 부분은 선택적으로 보아도 좋을 듯 하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철학공부를 할 수 있는 책을 만난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