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 나는 그였고, 그는 나였다
헤르만 헤세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데미안은 내 '인생책'이다. 감히 이 책을 내 인생책이라 하는 이유는, 처음 읽었을 때 나를 완벽하게 완전하게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처음 데미안을 읽었을 때가 중학교 1학년인가 2학년이었을 때이다. 그 당시 조용하지만 나름의 사춘기를 겪고 있고, 나의 영혼까지 꿰뚫어보는 듯한 친구가 있었던 나에게 데미안은 나의 인생책이 되었던 것이다. 그 후에도 데미안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읽어 집에 있던 데미안은 너덜너덜해졌다. 헤르만헤세의 다른 책도 읽어보았지만, 데미안만큼 나를 사로잡는 책이 없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더 이상 그 책을 들여다보지 않았고, '데미안'은 나의 사춘기 시절을 채웠던 책으로 기억할뿐이다.



최근에 좋은 기회가 있어 데미안을 다시 읽게 되었다. 사실 그 동안 책을 읽으면서 데미안만큼은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너무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데미안을 읽으면서 왜 이 책이 10대의 나를 그렇게 사로잡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나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대의 나와 40대의 나는 이 책을 다르게 접할수밖에 없었다. 


10대의 나에게 데미안은 나 자체였다. 나의 영혼을 읽고, 나보다 더 나를 아는 친구, 마찬가지로 그녀의 영혼을 읽고 그녀자신보다 더 그녀를 알던 나, 그리고 선과 경계가 애매모호해진 세계, 답이 정해져있지만 모순으로 가득해보였던 성경, 나의 질문에 답을 주지 못하는 어른들. 이 모든 내용은 그야말로 나의 세계였다. 나의 존재 이유, 나라는 사람, 나의 천명, 타인의 배려와 이기, 등 이 세상에 의문도 많고, 의심도 많았던 나의 사춘기였다. 이 책의 주인공인 싱클레어의 청소년기는, 나의 현실보다는 더 거칠고, 그의 내적갈등을 드러내줄 수 있는 친구가 더 많았지만, 나의 현실과 쏙닮았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애정하였다.


40대가 된 나는 이 책을 하나의 청소년책처럼 보게 되었다. 분명 청소년도서라고 하기에는 더 심오하고 생각할 내용이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20대때부터 "나는 4학년 때가 인생에서 가장 성숙하고 철학적이었다"고 이야기를 해 온 나이기에, 청소년책이라고 해서 더 가볍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사춘기 시절이야말로 빠져들 수 있는 고민들과 파고들 수 있는 인생과 삶, 존재의 철학적인 의미가 있다. 이 책은 그렇게 오직 그 시절만 가능한, '나'라는 사람과 '나의 존재'에 대해 그 원초적인 순간까지 파고들 수 있는 깊이가 있다. 책을 보면서, 그렇구나, 사춘기란 이렇게 큰 세상을 품고 있구나-하고 생각하며 읽었다.



사춘기라고 해서 '중2병'을 생각하면 안 된다. 싱클레어 역시 처음에는 선생님들에게 지적을 받고, 술을 마시기도 하고, 아버지가 와서 훈계를 하기도 하지만 결국 스스로를 붙잡으면서 내적인 갈등을 이어간다. 주변에 보여주는 그의 인생에 나름 큰 역할을 한 사람도, 작은 역할을 한 사람도 청소년기에서 심지어 청년기까지 우리가 겪을 수 있는 내적갈등을 보여준다. 더욱이 주변 인물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생략하는 것으로 헤르만헤세는 독자들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보이고 있다. 싱클레어와 데미안에 대해서도 오히려 말을 아낌으로서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잘 아는 존재인지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데미안은 이렇게 한 사람의 내적인 갈등과 성장에 대한 책이다. 가장 나다운 것, 나답게 사는 것, 정해진 나의 운명을 찾아 그 길을 걷는 이야기이다. 거의 25년만에 데미안을 다시 읽으면서 내가 아직까지도 "나란 누구인가, 가장 나다움이란 무엇일까, 나답게 살아야겠다"에 집착하듯이하는 것도 사실은 청소년기 가장 아꼈던 책, 데미안의 영향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의 10대를 사로잡은 책. 그리고 지금 다시 읽어도 여전히 반짝이며,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가슴저미는 아픔을 주는 책. 아름다운 책, 데미안이다. 



마지막으로, '데미안'이라는 워낙 유명한 책이지만, 리프레시 출판사에서 이번에 새롭게 낸 데미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지금까지 나온 '데미안'책들과는 다르다. 표지부터 과감한 일르스트레이션을 보이고 있고, 이와 같은 삽화들은 책 중간중간에 있다. 사실 고전도서로서는 굉장히 과감한 시도라서 보수적인 독자들이나 이전부터 이 책을 읽던 사람에게는 약간의 당황스러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나 고전을 처음 읽으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고전 자체가 주는 어려움, 표지 자체가 쌓는 벽을 허무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그 동안 데미안을 읽고 싶었는데 왠지 어렵거나 고리타분할 것 같았던 사람은 이러한 책 디자인으로 조금 더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