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도치 아저씨의 달콤한 친절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오이어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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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나, 지금 어린아이들에게나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게 된다. 그 중에서 한 번, 두 번, 세 번 말하는 것 중 하나가 "모르는 사람이(요즘은 아는 사람도!) 맛있는 것 주면서 따라오라고 해도 따라가면 안돼!"라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이것을 '이론'으로는 알지만, 놀이터에서 간식을 가져와서 아이들에게 늘 나눠주는 친절한 내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부모님이 있고,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는 모르는 사람이 주는 맛있는 것을 받아 먹을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이러한 하루하루의 '변수(!)'가 없어도 지키기 어려운 일을, 더욱이 어려워한다.

 

그래도 요즘 아이들은 내가 어렸을 때와는 다르게 더 똑똑해지고, 더 풍족해졌다. 그러다보니, 낯선 사람이 유혹하는 사탕과 캐러멜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다. 더욱이 뽀로로와 폴리, 캐치핑이 모두들 나와서 따라가지 말라고 하니까 정말 따라가면 안 될 것 같다. 이러한 풍족함(!)과 영상은 이러한 상황에 빛을 발하며 예전 내가 유치원, 초등학생 일 때처럼 맛있는 것을 준다고 쪼로로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는 일은 줄어들었다.

 

불행히도, 똑똑해진 아이들만큼 범죄는 더욱 영악하게 변했다. 그러다보니 요즘 뉴스에 잊을 때면 볼 수 있는 단어가 나온다. 바로 '그루밍'. 그루밍에 대해서 들어본적이 없는 아이들은(심지어 어른들도!) 나에게 다가오는 친절한 낯선이를 가족보다 더 의지하고, 그의 사랑을 받기 위하여 더욱 신의 몸을 내던져 시키는대로 하게 된다. 약해진 마음을 파고드는 범죄, 그루밍. 우리 나라는 성범죄에도 이용되지만, 이것 이외에도 노예처럼 누군가에게 부림을 당하는 사건, 돈을 다 갖다바치는 사건, 등은 모두 그루밍이다. 모두 약해진 피해자의 마음을 이용한 지독한 범죄이다. 그러한 범죄에 대하여 아이들이 인식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책, 곱슬도치 아저씨의 달콤한 친절이다.

 

그림책의 좋은 점. 페이지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책은 바쁜 아빠가 출근 후 매일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외로운 주인공의 모습부터 시작한다. 혼자서 이 일, 저 일 해보면서 혼자라는 생각을 잊고 스스로를 달래본다. 하지만 어김없이 주인공은 혼자이다. 그리고 그렇게 혼자인 곱슬도치는 아빠가 미워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히 만나게 되는 친절한 곱슬도치 아저씨의 친절함에 아저씨를 따르게 된다. 너무나 친절한 아저씨. 아빠가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기도 하고, 재미있는 고구마캐기도 알려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다 들어준다. 자신이 왜 슬퍼하고 외로워하는지 아저씨는 전부 공감해준다. 자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알아주는 아저씨를 만난 것이다.

 

주인공은 이러한 아저씨에게 점점 의지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저씨의 사랑을 받기 위해 아저씨에게 잘 보이려는 노력을 한다. 아저씨가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서 아저씨가 원하는 일을 하고, 아저씨가 화를 내면 자책을 하고, 아저씨가 벌을 내면 아저씨의 말이 맞다는 생각에 그 벌을 받아들인다.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무서운 모습, 그루밍 범죄에 들어간 주인공의 모습을 책은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나서의 소감은 각각 달랐다. 어른 책도 읽어내고 있는 고학년 첫째는 이 책이 어렵다고 하였다. 에쿠니 가오리 책도 후딱 읽고,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린왕자를 다 읽어내며 좋아하였던 아이가 "아, 이 책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너무 어려워." 라고 한다. 반대로, 만화책만 읽고 있는 동생은 "낯선 사람이랑 얘기하지 말라는 이야기잖아."라고 이야기한다. 두 아이의 말이 모두 정답일 것이다. 슬프지만, 낯선 사람은 늘 경계를 해야한다. 아이들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루밍이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영역이다. 어른들도 걸려들 정도의 범죄이기에 쉽지 않다. 그래서 컨 아이는 이 책이 어려웠을 것 같다. 왜? 왜?? 왜 저렇게까지 하는거야? 왜 저렇게까지 저 사람의 말을 듣는 거야? 언제든지 집에 가고, 안 만나도 되잖아! 라는 의문이 아이에게 있었던 것 같다.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나를 나로 받아들이고, 나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허기를 이용한 그루밍. 아이들과 이 책을 읽고 나서 한 번 이러한 범죄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결국 너를 가장 사랑하고, 언제나 저 끝에 너를 지키고 있는 것은 부모님이라는 이야기를 나누면 더욱 좋은 책이다.

 

나쁜 사람은 꼭 무섭게, 못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고 그 누구보다 나를 이해하는 친절함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을 말해주는 그림책. 무섭지만, 아이들과 한 번 같이 보면 좋을 책이다.


[도치맘 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책만) 제공받고 실제로 읽은 이 후 적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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