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디 갔어 고대규 ㅣ 사과밭 문학 톡 9
최은영 지음, 박현주 그림 / 그린애플 / 2022년 10월
평점 :
텅비어 있는 의자.
그리고 그 의자 주변에 너저분하게 쓰러져있는 물건들.
책을 읽기 전에는 빈 교실의 책상인가하였는데, 책을 읽고나서 더 쓸쓸해보이는 물건들이다.
아이들의 추리책, 우정, 친구들의 관심에 대한 책인줄 알았더니 사실은 부모의 말이 가지는 무게에 대한 책이었다. 오랜만에 아이들의 책을 읽으면서 울었다. 텔레비전에서 "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을 보면서 가끔 눈물을 참곤하는데, #어디갔어 고대규 는 그렇게 부모의 눈물을 불러온은 책이었다.
감상 포인트
♪ 아이들에게는 "친구에 대한 관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 아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들
♪ 사라진 고대규를 찾기 위한 과정에서 찾는 쪽지와 흔적에 느껴지는 조마조마함과 궁금증
♪ 부모에게는, 내가 오늘 아이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생각해볼 기회가 된다
♪ 꼭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정말로 읽으면서 눈물 주루루룩...)
책 소개를 보면 벌써부터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사라진 학생, 아이들의 마음에 걸리는 일들, 그리고 친구를 찾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쪽지. 사실 책의 내용을 보았을 때 나의 추측은 "은근히 왕따를 당하던 친구/ 혹은 아이들이 알게모르게 하는 놀림으로 쌓인 상처를 가진 친구가 가출을 함. 그리고 아이가 남긴 쪽지에는 그 동안 있었던 사건들, 친구들과의 일들이 있어 아이들은 이렇게 모두가 친구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 나의 추측이었다. 아이들이 대규의 쪽지 하나하나를 보면서, 이런 일이 있었구나, 너도 그렇게 대규를 놀랬구나 하면서 깨닫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아마 많은 독자들/어린이 청소년 독자들도 책의 내용 소개를 보고 그렇게 추측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으니...사건을 풀어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심장을 콩닥콩닥하게 하며 이어진다.
책의 시작부터 대규가 없어진다. 아무렇지 않은 하루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바로 대규의 실종으로 이어지면서 책은 그 때부터 내려놓기 힘든 긴장감으로 이어진다. 책을 읽으며 독자들은 함께 궁금해하고, 함께 걱정하게 할 정도로 주인공(?) 대규는 그냥 사라져버렸다. 제목에도 들어가는 "대규"가 등장 한 번 하지 않고 사라지면서 전개되는 책, 어디갔어 고대규!
그렇게 친구들은 대규가 어디갔는지 알아내기 위하여 고대규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대규에 대하여 이야기하던 친구들은 늘 보는 반친구이지만 사실은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같은 반" "친구"이지만 생일파티를 함께한 적도 없고 전화번호를 아는 친구조차 없다. SNS를 하는지 안 하는지도 알 수 없다. 친근하게 놀릴 정도의 반친구이지만 사실은 이 친구에 대하여 거의 다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이러한 것을 이렇게 드러낸다는 것 또한 마음이 아픈 전개이다. 상대가 친구라고 하지만 사실 그 사람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아이들또한 "같은 반"이기에 "친구"인 것이지만, 사실은 마음을 터넣을 친구가 없을 수도 있다. 어른이 된 지금, 충분히 이해가능한 일이지만 마음이 아픈 것은 어쩔수없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그리고 대규를 찾아 다니면서 아이들은 대규가 남긴 쪽지들을 여기저기에 찾게 된다. 그 쪽지의 말들을 보고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직은 아이들에게 공부를 이야기 할 나이가 아니어서, 내가 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 쪽지의 말은 그 어떤 엄마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나 역시 자라면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을 실제로 많이 봐왔고 나에게 남겨진 상처는 없지만 무언가 슬펐다. 나 역시 압박을 가지고 자라온 대한민국의 아이로서, 그리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마음이 아프면서 눈물이 났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이러한 말을 아이에게 했다고 놀라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사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어린이, 대부분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공부에 대한 압박에 눌리면서 성장을 해온다. 어떤 사람은 "공부에 대한 압박을 느끼면서 공부를 할 수 생활 자체가 감사한 줄 알아야하는 일!"이라는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 속에 너무 많은 아이들이 스트레스, 위염, 두통, 우울증에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수능이 끝나고 나서 고3의 자살 뉴스가 나올때가 있다. 어른들은 그 뉴스를 보면서 "수능이 전부가 아닌 것을" "살다보면 공부가/수능이 인생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텐데 저 나이에는 저게 인생인 것처럼 보인다"고 이야기하면서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러한 생각을 준 것 또한 우리 어른들, 부모이니 참 아이러니하다.
아이들의 책을 읽어보면 아이들이 읽으면 참 좋겠다, 는 책이 있지만 부모님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책들이 있다. 어디갔어 고대규는 아이들도 생각할거리가 많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가진 부모들도 육아서를 읽는 마음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오랜만에 눈물나게 한 책 #어디갔어 고대규. 정말 강추천하고싶은 책이다.
[도치맘 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책만) 제공받고 실제로 읽은 이 후 적는 포스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