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은 그저 4과목 중의 하나였다.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 중에 이해보다 암기가 압도적으로 많은 과목일 뿐이었다. 규칙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과학 과목에 비해 예외가 더 많은, 결국은 그냥 외우는 게 편했던 기억이 난다. 강제로 외웠으니 남는 것도 별로 없다. 그저 재미없었다. <세상을 바꾼 생물>처럼 시대적인 흐름을 배울 수 있었다면 덜 지루했으리란 생극이 든다.

<세상을 바꾼 생물>은 과학사를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으로 나누어 시대적인 발달사를 보여주는 책이다. 과학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가 높다면 '아하 모멘트'가 많겠지만 아쉽게도 기초적인 수준에서 머무는 독자라면 책을 읽어내려가는 데 시간이 약간 소모될 것이다.

수학사 관련 서적을 읽으며 생활의 어디에 쓰이는지 어떤 발달 혹은 발견 과정을 지나왔는지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세상을 바꾼 생물> 역시 비슷하다. 혈액은 순환한다고 의심조차 안 했건만, 읽다 보니 혈액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음에 놀라웠다. 하루아침에 그냥 만들어진 건 없다는 글귀가 글을 읽는 내내 들었다.

지동설이 받아들여지는 데 100년이 훨씬 더 걸렸지만 혈액에 대해서는 30년 정도라고 하니 그조차 신기한 일이다. 어떤 이론은 짧은 시일 내에 받아들여지고, 그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시간이 필요한 일도 있다니. 생물사도 인간사랑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 생물이란 분야에 정감이 느껴졌다.

<세상을 바꾼 생물>이 생물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치유하는 데 약간은 도움을 주었다. 암기과목에서 벗어나 한 분야로 대우할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책의 중간중간 있는 삽화가 귀엽다. 저자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데 강의록에 있음 직한 설명이 글보다 한눈에 들어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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