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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 시, 그곳으로부터 - 서울의 풍경과 오래된 집을 찾아 떠나는 예술 산보
최예선 지음, 정구원 그림 / 지식너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부재가 '서울의 풍경과 오래된 집을 찾아 떠나는 예술 산보'라는 멋진 문구다. 덕분에 연상되는 이미지는 서울의 특별한 장소에서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싶었다. 예상은 맞았다. 에세이보다 더 깊이감이 느껴지는 정성이 깃들어간 문장. 차곡차곡 쌓여 묵직한 숨소리를 낸다. 가볍게 스치듯 읽어내려가기에 미안한 그 속살이 소설이 아닐까 싶은 정도다.
가볍게 스낵처럼 읽기 좋은 책이 요즘 유행이라면 이 책은 그에 반한다. 특정 예술가에 관한 소설이든, 화가든 상관없이 써내려 간 원고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서울과 관련된 예술가. 누가 떠오르는가? '정릉길'하면 누가 떠오르는가?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면 그 동네에 머물던 예술가들의 이름이 뇌리에 남을 것이다. 살았던 곳이든, 소설에 등장했던 곳이든, 태어났던 곳이든, 혹은 그저 내가 좋은 곳이든 말이다. 충분히 깊이있는 상상이 마치 그림 속에 내가 있듯, 소설속에 그 상황이 펼쳐진 듯 다가온다.
이왕이면 윤동주, 나혜석, 박수근, 기형도, 박경리의 이름을 보고 스치는 생각이 많다면 이 책이 더 요긴할 것이다. 한 번쯤 어디서 살았는지, 그 예술 속에는 무엇이 있는지 상상했다면 더욱 반가우리라.
소설아닌 소설인듯 소설같은 작가의 글이 예술가들의 세계를 좀 몽환적으로 보이게 한다. 어쩌면 그걸 바랬을까?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들은 건지, 재미진 소설을 읽은 건지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아. 구별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