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이채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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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분명 아름답다. 그리고 아프다. 삶이 그런 과정도 없다면 밋밋하겠지만 그래도 아픈 건 참 견디기 어렵다. 꽃처럼 어여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단풍잎처럼 찬란하기만 하면 참 좋을 텐데. 내리는 눈처럼 곱기만 하면 마음은 포근할텐데. 눈 앞의 현실은 다르다. 


시인의 눈에는 어떻게 삶이 보일까? 사랑하면 행복한가? 시 속에서 보이는 시인의 님은 절대자다. 그래서 종교적인 느낌을 선호하지 않는 나로서는 좀 멀게 느껴진다. 연인이라고 해도 충분하지만 왠지 모를 거리감이라고나 할까? 시집의 후반부로 가면 '예수님'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영성에 가까운 시어는 아니다. 사랑하는 이라고, 애틋한 누군가라고 이해해도 충분하겠지 싶다. 학생 시절에 배운 중의적인 의미로 해석하면 종교적인 색채는 걷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슬프게 다가오는 시어는 시를 읽은 후에도 머리속에 머문다. 짧은 구절이 머리에 더 오래 남는다. 아프지만 사랑한다면 따뜻하겠지. 삶이 한구석 쯤은 따스하리라. 그래서 시인은 시를 쓰는 것일까?


시 한 구절을 소개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항상 옆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사람을 
항상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마음에 있으면 된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사람과
항상 꽃길만 걸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중략)

- '사랑한다면' 중에서





쓸쓸한 그 무언가 안에서 느껴지는 사랑이 안도감을 준다. 이상하다. 그래서 읽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곁에 있을 것만 같은데.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는 이미 늦을테니. 그리 알려주는 시가 아프다. 짧아서 더 강렬한 것인가. 어휘가 길어서 어휘를 읽느라 감성을 놓치는 시보다 가슴에 남는다. 시어를 고르느라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이별(離別)'이라는 시는 직접적으로 이별을 말한다. 그래서 아프다. 지나고 나야 더 사무치는 그리움이 아픔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간결하게 전하는 시가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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