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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 그저 살다보니 해직된 MBC기자, 어쩌다 보니 스피커 장인이 된 쿠르베 이야기
박성제 지음 / 푸른숲 / 2014년 9월
평점 :
제목이 참 멋지다. 마치 시집이나 소설의 한 구절같다. 그래서 전직 기자의 두 번째 인생 이야기를 겁도 없이 듣고 싶었나보다. 사실 MBC와 파업, 정권, 사장 퇴진 등 무거운 이슈들이 다 녹아 있기에 딱히 내가 좋아하는 취향은 아니지만 제목이 끌렸고, 표지의 사진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원목을 다루며 스피커를 만드는 모습이 기자의 모습보다는 원래 그곳에서 언제부턴가 나무를 다루고 스피커를 만들었을 것 같다.
책장을 넘기다 보니 역시나 파업의 속내는 겪어 낸 사람과 알리는 사람의 입장이 달랐다. 조중동은 원래 신뢰하지 않지만 정권과 함께 몰아붙이는 보수 언론의 태도는 그들 다웠다.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에게 드는 속상한 마음처럼 왜 미안해지는 걸까?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파업이나 태업 등 업무에 관련된 단체 행동을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냥 생각이 전공스러워졌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더 단체 행동 속에 들어있는 밑그림을 이해하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예전의 MBC는 꽤 신선한 보도국을 지녔는데, 지금은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다. 단지 절개와 지조가 꺾인 선비는 더는 신뢰감 형성이 어렵다는 사실일뿐.
전직 기자의 두 번째 삶인 스피커 장인의 모습은 책의 1/3정도에 불과하다. 그냥 흘러가는 에세이처럼 읽고 싶다면 뒷쪽의 그 부분만 읽으면 된다. 굳이 불편하다 싶은 파업이나 낙하산에 마음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가슴 한 켠에 지워지지 않는 대한민국의 언론 현실을 보고 싶다면 책을 찬찬히 넘겨도 좋다. 충분히 쉽게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배우자의 지지는 당연히 큰 힘이 된다. 같은 기자로서 같은 길을 함께 걷던 사람으로 믿고 지지하는 부인의 모습 또한 큰 나무같다고나 할까? 누군들 가장의 해고가 충격적이지 않을까. 쿨하게 받아들인 가족들의 모습까지 편하게 적어 내려간 걸 보면 정말 저자는 본인이 말한 데로 베짱이 기질이 있나보다.
마음 둘 곳 하나쯤은 마련해둬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면 쌩뚱맞을까? 직장인으로서 불안한 삶이라면 어느정도 공감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