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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가족 - 각자의 알고리즘에 갇힌 가족을 다시 연결하는 법
이은경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잠식당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책이다. 기존의 이은경 작가라면 친절하고 상냥하게 표현하는 걸로 익숙한데, 이 책에서는 에둘러 하는 묘사가 드물다. 이집 저집 별반 다르지 않은 풍경에 헛웃음도 난다.
도파민이라는 단어는 여기서 총칭이다.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인체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비난하지 않는다. 불균형을 의미한다. 호르몬의 불균형은 반드시 인체에 해를 끼친다. 그 결과물은 관계를 헐겁고 가볍게 만든다. 헐거워진 관계는 가장 가까운 가족에서도 적용되며, 그렇게 사람과 가까이 있지만 멀리 있는 시간을 살게 된다. 아니, 이미 살고 있다.
아파트 계단에서 초등학생 몇 명이 모여서 논다. 이들은 뭘 하고 있을까? 각자 게임을 그저 가까이 앉아서 하고 있다. 각자의 말을 하고 서로 듣는 둥 마는 둥 대답을 기대하지조차 않는 대화를 하면서. 그리고 누군가의 학원 시간이 되면 뿔뿔이 흩어진다. 아이들은 같이 논 것일까?
비단 아이들 뿐이랴.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기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관련 서적이 수두룩한 요즘이다. 저자는 도파민 과잉으로 인해 느리고 시간이 걸리는 사유와 사고를 더는 사람들이 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동의한다. 영상과 숏츠, 게임의 즉각적인 보상 시스템은 시간이 소요되며 곱씹고 다시 하고 또 생각하는 긴 호흡의 많은 것들을 해볼 환경을 없애고 있다. 영상도 요약본을 보는데 누가 두껍고 긴 책의 맥락과 서사를 다 이해하려 하겠는가. 그래놓고 아이들에게 필독서를 읽히는 모양새는 블랙코미디다.
가족이 개인이 흩뿌려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가족마저 식탁에 앉아서 각자의 세상을 누비고 있다면 귀담아듣는 귀도, 말하려는 입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연결이 흐릿해진 지금, 당신은 안전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