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크니와 게이퍼드가 말하는 그림의 역사 - 동굴벽화부터 아이패드까지
데이비드 호크니.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미술문화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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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언제나 어려웠다. 텍스트로 읽는 것만 배우고 익혔기에 다른 방식의 표현은 이해하기 버거운 대상이었다. 미적 감각이라도 있으면 모르겠지만 신이 내게는 주지 않은 구성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이해해 보고자 나름 노력을 했다. 실제로 그림을 그리지는 못했지만, 유명하다고 알려진 그림을 이해하려고 도슨트나 큐레이터의 강의도 듣고 책도 봤다. 여전히 손에 잡히지 않는 다른 세상이었다. 마치 파생상품 공식을 추출하는 기분이었다. 그림을 학문으로 대해서 그렇다는 조언을 듣기도 했다. 가슴으로 느껴지지 않으니 분석이 유일한 방법인데, 그조차 깔끔하게 나와 그림의 사이를 좁혀주지는 못했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의 역사>>를 우연히 만나고 눈이 번쩍 뜨였다. 이런 시선을 그동안 갈구했음을 바로 알았다. 어린이 대상이었기에 어렵지도 않고 간결하게 전달하고 있어서 그림이라는 자체에 대해 그동안 느꼈던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느낌을 조금을 덜어내는 시간이었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는데 드디어 그림에 대한 그간의 고뇌가 해결이 되는 책을 만났다. 같은 저자인 데이비드 호크니와 마틴 게이퍼드가 지은 <<호크니와 게이퍼드가 말하는 그림의 역사>>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의 역사>>에서 원했던 충분한 설명과 작가로 살아오며 그림에 대해 생각한 수많은 아이디어의 결정체가 바로 <<호크니와 게이퍼드가 말하는 그림의 역사>>에 모두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거장의 한 학기 강의를 직접 듣는 기분에 소름이 돋았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이 아까웠다. 

2차원이지만 3차원을 그려내려는 것이 그림이 본질이라는 호크니의 말도, 그림에는 사람들에게 보이고 이해받기 위해 만들어진다는 게이퍼의 말도 그림이 무엇인지, 왜 그림을 그리는지, 그림이 미술에서 어떤 의미인지, 현재의 그림은 무엇을 지향하는지, 말씀하게 설명한다. 대가의 몇십 년에 걸친 그림에 대한 견해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맞춤형으로 떠먹여 줄 수 있는지 정말 놀라웠다. 어쩌면 목마르게 갈구했던 분야였기에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빛에 대한 이야기나 미술가의 뒷이야기까지 그림에 역사로 느껴지는 건 다른 책에서는 얻지 못했던 특별함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그림에 대해 공부해 보고 싶다면 <<호크니와 게이퍼드가 말하는 그림의 역사>>를 추천할 것이다. 감각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각 자료와 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한 이들에게 이 책은 교과서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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