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
나태주 지음, 지연리 그림 / 열림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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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도 서평을 쓰려면 공이 든다. 그중에서도 제일 어려운 책이 시집이다. 시를 평하는 일이라니. 대학 입학시험을 위해 분석했던 시만 떠오른다. 시를 시처럼 받아들였던 계기는 조병화 시인 덕분이었다. 절절한 사랑 노래는 아스팔트 보다 메마른 내게도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난 시인이 나태주 님이었다. 어느 높고 번쩍이는 빌딩에서 면접을 보고 허탈하게 돌아서던 길, 1층 로비에 전시된 [풀꽃 1]이 가슴에 박혔다. 어딘가엔 쓰임이 있을 거라며 가짜 위로를 스스로 하는 시간조차 사치처럼 느껴지던 시기에 만난 시선은 정말 따스했다. 

그렇게 만난 나태주 님의 신작인 <버킷 리스트>는 여전히 세상을 곱디고운 눈으로 위로를 전한다. 꽃이라 적혀 있지만 사랑이고, 자식이고, 시였다. 거칠지 않은 시인의 표현 참으로 부럽다. 시를 쓰지 않아도 맑은 말을 할 수 있을 텐데 무에 그리 맺힌 게 많은지 우아하게 뱉지 못한다. 

<버킷 리스트>에서도 가슴에 남는 시가 있다. 이미 공개된 시지만, 지금에서야 눈에 들어온다. 

나빠지면 얼마나 더 / 나빠지겠나 / 고개를 들었을 때 / 꽃이 되었고

좋아지면 얼마나 더 / 좋아지겠나 / 고개를 숙였을 때에도 / 꽃이 되었다

더 좋은 꽃이 되었다

<좋은 꽃> 나태주


시인은 시를 썼지만, 나는 위로를 받았다. 누군가에게 닿을지 모르는 손길이 이렇게 귀하게 쓰이다니 부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나태주 시인의 다른 시집이 그러하듯, 이 책도 필사하기 참 좋은 책이다. 그림도 워낙 어울리고 곳곳에 등장하는 시인을 닮은 노신사가 자꾸 말을 건다. 그의 걸음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순간, 다시 숨을 고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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