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인간과 괴물의 마음 - 나를 잃지 않고 나와 마주하는 경계의 감정
이창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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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대에 사는 지금, 진정한 민주주의와 제대로 된 자본주의를 마주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수많은 사건을 지켜보며 천민자본주의에 도달한 것인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로 사람보다 돈이 우선이다. 물론 금융 자본주의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피해지지 않는 핵심이지만, 그 돈을 벌고 쓰는 자 역시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사회 전반이라고는 감히 언급할 수 없지만, 일련의 분위기는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당신은 수치심을 느끼는가?



수치심과 부끄러움은 무엇이 다른가? 수치는 마음에서 발생하는가?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마음이라면 신체에는 변화가 없는가? 수치는 1차 감정인가 2차 감정인가?



기쁨, 슬픔, 놀람, 분노 등 여러 가지 감정 중에서 저자 이창일은 왜 '수치'에 주목했을까? 책 자체는 쉽지 않다. 전공서는 아니지만 일반인이 편하게 읽어 내려갈만한 류의 서적은 아니다. 인간이라면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대를 넘어선 철학자들의 언사가 아니어도 궁금했던 부분이라면 기꺼이 시간을 내어 탐독해봐도 좋다.



부끄러움이 사회적인 감정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다. 문화마다 차이가 있다면 이는 분명 자연적으로 주어지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매우 구체적으로 분류하고 분석한다. 거기에 따라오는 언어적인 면도 마찬가지로 꼼꼼하게 지적한다. 그리고 나서야 수치에 대해서 그나마 알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이 언급된다. 도대체 수치는 무엇인지, 병이라면 어느 정도여야 병이라 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한참을 지나서 그러면 수치에는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면은 없는지 궁금해질 찰나 그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부끄러움을 아는가? 아는 사람, 알았던 사람을 풀어 낸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덮을 수가 없다. 자꾸 봐야지 부끄러움에 대해 제대로 느끼는지 알아낼 것 같다. 수치의 두 얼굴에 대해서 매끈하게 떨어지지 않는 불편한 감정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를 뒤덮었다. 후안무치라면 이런 책도 읽지 않을 테지.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읽어도 제 것이 아니라 하겠지. 그럼 나는 어느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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