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

내 남편
모드 방튀라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5월

『내 남편』

모드 방튀라(저자) 열린책들(출판)

부부 사이에 가장 가까운 사람 남편 또는 아내일 것입니다. 사랑해서 만났고 너무나 소중한 존재임은 틀림없지만 모드 방튀라의 장편소설 내 남편은 조금 다릅니다. 상상일까? 현실일까? 그런 생각을 하기에도 짧을 만큼 유쾌하면서도 때론 불안 속에서 읽어 내려갈 만큼 주인공의 삶이 펼쳐집니다. 여느 가정과 같은 평범한 일상들이 이들 가족에게는 또 다르게 다가옵니다. 남편이 자신에게 하는 행동들 하나하나가 모두 의심으로 가득해지고 불안이 심해질수록 독자인 저 역시 숨이 막혀옵니다. 그녀는 왜 이토록 남편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요? 무엇이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요?

월요일부터 일요일 요일은 이 소설에서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것은 남편이 아내에 대한 사랑이었고 그 사랑의 표현방식을 요일별로 일주일이 지나면 또 다른 방식으로 아내를 사랑하는 내 남편의 전략이었습니다. 주인공의 수첩이 남편에게 보인 순간 지금까지 읽었던 이 모든 내용이 아내의 수첩 내용이었으며 남편과의 사사로운 모든 일들이 수첩에 기록되어 있었고 아내는 수시로 남편에게 사랑을 확인하였었죠. 또한 아내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졌던 것을 남편은 몰랐다 생각했을 거라는 아내의 착각... 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던 남편은 오히려 그럴 때마다 아내와의 관계를 더 요구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아내는 내 남편이라는 세계 속에서 온전한 자신을 찾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가치마저 타락돼가는 모습으로 변해가는듯합니다. 부부 사이에도 이런 감정이 있을 수 있을까? 의심에 의심을 낳아가는 이 과정들이 과연 현실에서도 있을 수 있을까? 곁에 있어도 외롭다는 말이 있듯이 아내는 어쩌면 하루 24 남편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이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눌까 봐, 자신에 대한 관심이 사라질까 봐, 여자가 아닌 그저 아이들의 엄마로만 여겨질까 봐 등등 수많은 생각들은 오히려 삶을 더 지치게 할 뿐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내 남편의 하루 일상을 들어주는 아내 그 말 한마디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여주는 아내!

일주일에 한번 남편과의 사랑을 자신이 존중받는 일이라고 여기는 아내는 자신의 삶을 그저 정상적인 삶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과연 여자의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일까요? 수없이 의심하는 삶 불안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만 하는 아내의 삶을 말입니다. 내 남편이라기보다 아내의 삶으로 가득했던 내 남편... 사랑이라는 것이 서로에 대한 소중함이 아닌 서로를 옥죄어오는 존재라면 그것은 사랑이 아닌 사랑이라는 가면 속에 드리워진 지나친 소유욕에서 비롯된 욕망이 아닐까요? 한 여자의 삶 속에 남편에 대한 그녀의 모든 것이 담겨있던 내 남편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이었나... 나라는 존재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