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의 삶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밖의 삶』

아니 에르노(저자) 열린책들(출판)

나 자신의 내면 깊숙한 것을 꺼내어 말하는 것이 일기라 생각했습니다. 외부에 알리지 못했던 내 마음속 이야기... 하지만 에르노의 작품 밖의 삶은 달랐습니다. 일기 형식이지만 철저히 나 자신이 아닌 외부 세계를 옮겨놓았습니다. 그래서 더 짧은 글들에서도 폭넓은 바깥 시선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그 속에 나오는 다른 사람의 삶을 디테일하게 표현하기도 했고 그 안에서 또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럼으로써 앞으로의 미래까지 상상하게 되죠.

그녀의 일기는 또 다른 하나의 삶이었고 또 다른 세계였습니다. 바깥 일기를 읽고 난 후 밖의 삶은 서로 커다란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렇게 나 자신 속 또 다른 나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녀만의 특유 문체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더 강렬하게 느껴졌기에 다른 작품도 더 궁금해졌습니다. 어찌하여 그녀는 일기라는 형식 속에 나가 아닌 타인을 주제로 글을 쓰게 된 걸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 깊게 생각해 보자면 에르노의 글쓰기 과정은 삶의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진정한 자아 그것은 곧 우리 안에 있지 않음을 오롯이 우리에게 있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루소의 글로 또다시 생각에 잠기게 만듭니다. 온전한 나의 삶 그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것일까요? 세상은 혼자 살 수는 없는 구조입니다. 그것은 곧 타인과 나의 삶이 공존한다는 의미이기도 했고 내 삶 속에 타인의 삶도 있기에 에르노는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 속에 깊은 고뇌와 번뇌를 하며 글을 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소 딱딱해 보일 수도 있는 문체들 속에서도 작가의 작품 의미를 엿볼 수가 있었습니다. 밖의 삶은 온갖 것을 요구하나 대부분의 예술작품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라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자아냅니다.

삶은 우리에게 무엇일까요? 내가 생각했던 삶, 타인이 생각하는 삶, 밖의 삶 그 모든 것들이 이루어내는 삶이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또 다른 신선함이 발견되기도 하고 때론 마음 한구석을 찌르는 듯한 냉철함과 웃음을 짓게 만드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과 아름다운 여백의 미까지 선사하기도 합니다. 에르노의 바깥일 기와 밖의 삶을 통해 폭넓은 생각을 갖게 해준 값진 시간이었기에 한 번쯤 내가 아닌 외부의 자극 와 세계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