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는 이 책의 저자 석영중 교수뿐 아니라 고전을 좋아하는 많은 독자에게도 사랑받는 작가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시작으로 그의 작품을 읽기 시작했고 백치, 악령 등 수많은 작품들을 경험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백치를 꺼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던 건 백치를 읽으면서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도스토옙스키는 1868년 11월 말에 피렌체에 도착하여 이듬해 7월까지 약 여덟 달 동안 그곳에 머무르면서 백치라는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도스토옙스키가 가장 사랑한 소설로도 뽑히는 백치에 대해 작가의 시선은 이제 백치에 담긴 수많은 의미가 어떤 의미였는 지로 향합니다. 작품의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이미지를 체험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인물을 설정합니다. 이런 이미지 체험은 인물들의 세계관과 윤리에 대한 근원적인 척도로 작용하며 궁극적으로 저자의 이미지 체험을 원형으로 하는 하나의 패러다임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또한 철도와 칼은 시간의 고리로 연결되고 살인과 살인범은 돈의 고리로 연결되며 철도와 칼과 그림은 욕망의 고리로 연결된다고 합니다. 백치는 미시킨과 로고진과 나프타시야의 삼각관계를 축으로 논의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미시킨,로고진, 이폴리트라가 주된 3인이라는 건을 알 수 있습니다. 소설은 여주인공이 피살됨에 따라 칼과 칼에 의한 죽음을 입체적으로 파고들며 살인의 실질적인 디테일은 소설 속으로 들어와 가상의 서사 속에 녹아든다고 하네요.
도스토옙스키를 말하자면 이미지 작가라는 것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특히 백치는 전통적으로 그의 소설 중에서 가장 시각적인 소설로 간주된다고 합니다. 그리스도 강생에 대한 도스토옙스키의 관심은 그의 에세이와 노트에서도 광범위하게 발견되고 백치는 강생의 소설이라고도 하죠. 주인공을 그리스도를 닮은 인물로 설정한 것이 그 증거이기도 합니다.
소설 속에서 강생의 원리를 보여주고 싶었던 도스토옙스키! 이제 그의 작품 백치를 다시 꺼내보려 합니다. 문학 중의 문학 도스토옙스키의 소설들을 사랑한다! 도스토옙스키를 나만큼이나 사랑하는 석영중 교수의 이번 작품은 백치에서 극도로 치밀하게 얽힌 철도, 칼, 그림이라는 세 이미지를 읽어내며 과연 백치에서 내가 끝내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의 해답을 찾게 해주었습니다.백치 강의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백치를 다시 한번 깊게 파헤쳐 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백치의 중심 이미지 이 세 가지가 무엇을 향해 가고 있었는지 이야기의 중심에 어떤 의미가 있었던 것인지 모르고 읽었던 부분들을 새롭게 알아갈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 속에 도스토옙스키를 사랑하는 많은 독자들 또한 그의 사상에 대하여 백치라는 작품에 대하여 깊이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