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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평점 :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저자) 열린책들(출판)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올해 30주년을 맞이하여 그의 첫 자전적 에세이를 펴냈습니다. 곧 있을 그의 내한 방문으로 사인회도 있을 예정이라고 하니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뜻깊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토록 또다시 푹 빠져서 읽었던 경험은 오랜만입니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원제가 개미의 회고록이었던 만큼 그를 세상에 널리 알리게 한 최고의 작품 개미가 어떻게 탄생됐는지 그는 그가 열네 살이었던 그때로 돌아가 예순 살이 되기까지 일기 형식으로 짜임새 있게 디테일하게 쓰여있습니다. 읽으면서도 어서 빨리 개미를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처음 개미를 주인공으로 쓰려고 했을 때 그 동기가 밝혀집니다. 어쩌면 작가에게는 상대방의 모든 말과 행동들이 글쓰기의 소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상상력과 창작력만으로도 얼마나 감탄스러운지!!! 어릴 때부터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던 베르베르는 가끔 친구들이 자신이 하는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을 때면 매사 너무 초연한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죠. 하마터면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을뻔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고 강직성 척추염을 앓게 된 그가 얼마나 강인한 정신력으로 병을 이겨내는지도 그만큼 그에게 삶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20대 베르베르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누벨옵스라는 광고 회사에서 6년 동안 기자로 일하며 정규직을 꿈꿨던 그에게 마치 뒤통수라도 때리는 것처럼 해고되는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이라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자신의 도덕관에 따라 행동하는 기자임과 동시에 개신교적 가치관에 따라 유일하게 베르베르를 두둔한 한사람 프랑수아 슐로세르에게 감사함을 느끼죠. 오히려 정규직 전 해고가 전화위복이 되어 그가 많은 퇴고를 거쳐 개미를 쓴 지 12년 만에 그의 작품을 출간하겠다고 하는 출판사가 나타남에 따라 다양한 기법을 도입하며 플롯을 정하지 않은 채 글 쓰며 정교한 반전이 일어나고 기막힌 도입부를 기반으로 한 스티븐 킹에게서 배운 것을 접목시키며 인간들의 대화에 신경 쓰고 감정에 집중한 그만의 버전 Q 개미는 드디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1991년 2월 15일 그가 29세 되던 때에 알뱅 미셸 출판사에서는 개미를 출간하였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습니다. 30대엔 베르베르가 결혼을 하고 인도로 신혼여행을 떠나며 있었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곳에서는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요?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 1위가 인도라고도 들은적 있어서인지 더 반가웠습니다. 자전적 에세이임에도 읽으면서도 더 흥미가 있었던 건 그의 10대 때부터 60대가 될 때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도시와 문화들을 그로부터 배워나가며 깨닫게 되고 이것은 곧 삶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독자들의 글쓰기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작품의 탄생 과정을 이토록 생생하게 글을 통해 전해 들은 적이 또 있었을까요?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30년 동안 그를 사랑해 주고 지지해 준 많은 독자들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의 모든 것을 거침없이 보여주고 있단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독자인 저 또한 다시 한번 그의 작품을 찾아보고 읽어보고 싶은 욕망은 어쩌면 작품 하나하나 탄생된 그 모든 과정들이 독서를 하는데 더 깊고 커다란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어서겠죠. 작가의 또 다른 신간 꿀벌의 예언 그 꿀벌의 상상력을 이끌어준 계기 또한 이곳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즐겨 찾는 독자들은 그의 첫 에세이를 먼저 만나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가 세상에 존재하는 한 그의 글쓰기 작업은 계속 될것이기에 앞으로도 그의 글들은 저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에게 행복한 삶의 원동력이 되어줄 값진 작품으로 간직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