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마음속에 늘 자리 잡은 그 무언가는 곧 그것이 조국에 대한 배반이었고 그런 죄의식 속에 살아갔던 작가 구르나는 어쩌면 자신의 삶을 소설 속 화자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고향 잔지바르를 떠나 영국으로 망명을 하기까지 그는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에 빠져있었을까? 나라를 뒤로한 채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려 했던 그에게 가족도 친구도 모두 남기고 떠났을 그에게 고향은 이제 마음 한곳에서 지울 수 없는 그림자가 되어 있었다.
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수천 명이 학살당하고 모든 공동체가 축출되고 수백 명이 감옥에 갇혀 징벌적 테러가 삶을 지배했던 잔지바르에서 태어나 그 혼란기를 거쳐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탕가니카와 합쳐져 지금의 탄자니아가 된 곳이 고향이다. 하지만 탄자니아가 아닌 잔지바르가 그의 고향이라고 그가 말하는 것을 보면 탄자니아는 그가 조국으로 여기기엔 역사의 상처와 그 트라우마가 가득한 곳에 마음이 머물러 있기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그의 마음이 왜 그토록 잔지바르에 있었던 것인지 소설 속 주인공이자 작가 일 법도 한 라시드를 통해 조금은 알 수도 있었다.
배반은 189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늘날의 탄자니아 케냐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라시드는 학업을 마치고 조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줄리어스 니에레레가 인도하는 사회주의 정권 아래 아무런 비전이 없다고 생각한 라시드의 가족들은 그가 영국에 머물 것을 권유하고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영원한 이방인이 되어버린 라시드! 구르나 자신의 삶이 라시드를 통해 엿보이기도 한다.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을 떠나, 작은 도시의 대학에 일자리를 얻은 라시드는 그렇게 과거와 분리되어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벌어졌던 사건들의 진상과 마주하며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