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2』
베르나르 베르베르(저자) 열린책들(출판)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쓰인 행성 1권에 이어 행성 2를 읽게 되었다. 1권에서 바스테트는 울음소리에 그저 자신의 메시지만 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강한 자신감까지 불어넣으라는 엄마의 교훈을 이야기하였다. 아마도 행성 1,2권의 주제가 소통이었다는 것을 읽으면 읽어나갈수록 알 것 같기도 하다. 바스테트에게는 자신이 갖고 있는 솔직한 내면과 여왕으로 칭했던 그 시절에 쓴 가면이 있었기에 가끔씩 심각해지는 바스테트가 읽는 동안에도 웃게 되는 대목이었다.
약물을 흡입함으로써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들의 비참하고 어리석은 모습들을 비웃는 바스테트.. 하지만 그런 그마저도 우습게도 그 어리석은 모습을 닮아간다. 인간의 한계 그것은 곧 바스테트의 한계이기도 했던 것일까? 여전히 1권에 이어 2권에서도 폴을 비롯한 다른 쥐들을 싫어하는 안젤로... 혐오스러운 표현들이 책들 속에서 펼쳐진다. 적의 신체 일부를 먹었던 원시적 행태들도 1권에서 충격이었지만 2권에서는 상징적 의미로 다가와 알카포네의 뇌를 티무르가 먹었다는 표현은 한 집단에 두 지도자 공존할 수는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바스테트가 말한 것처럼 인간은 아직도 소통의 부재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아직도 서로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그저 무시하며 소음으로 치부해버리는 인간들에게 언제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위한 소통을 할 수 있을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렇기에 인간이 파괴된 곳에서 생존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바스테트의 눈을 통해 민주적인 모습들과 사회 전반적인 다양한 문제들을 동물이라는 소재로 깊이 있게 풍자적으로 표현해 내고 있음이 인상적이다.
그렇기에 그의 고민이 책 속 곳곳에 바스테트의 입을 통해 들려왔으며, 인간들이 변하지 않는 한 어쩌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구를 위협하고 있는 또 다른 존재들이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경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죽음에의 충동은 인간의 본성이며 외부의 적을 향해 파괴적 본능의 발휘가 실패하면 끝내는 자기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는 말이 있듯이 지구라는 하나의 울타리 속에 벌어지는 많은 사건들 속에서도 현재까지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참으로 암담하기 그지없다.
소통에 무능한 인간들 앞에 행성은 어쩌면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자 했던 작은 희망의 빛은 아닐까? 바스테트의 입을 통해 잠시나마 통쾌함과 유쾌함 가져다주었던 그러면서도 여전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인간 사회의 문제들과 지구을 위협하는 끔찍한 바이러스를 깊게 생각해 보게 된 시간들이었다. 지구가 살아 행복한 숨을 쉬는 그날까지 인간은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눈을 돌려 더 큰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눈과 귀를 갖기를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