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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 살인자의 성모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5
페르난도 바예호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평점 :
『청부 살인자의 성모』
페르난도 바예호(저자) 민음사(출판)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어쩌면 제목만으로도 느껴지기 마련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이기도 한 청부 살인. 어쩌면 부정적 이미지 폭력적 이미지가 강한 그들에게 난 또 무엇을 느끼고자 이 책을 펼쳤던 것일까? 작품은 1990년대 초 콜롬비아 제2의 도시 메데인을 주 배경으로 폭력으로 처참하게 얼룩져버린 자신의 고향과 마주하게 된 화자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고국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다가 돌아온 주인공 나는 그의 친구 안토니오를 만나게 된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 되었던 것일까? 생각하건대 고국에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그는 엉망으로 얼룩져지는 자신의 삶을 마주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그의 운명이었을까? 왠지 콜롬비아가 처참하게 무너진 그 모든 것들을 화자로부터 다시금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메데인의 수많은 성당을 방문하는 나와 알렉시스... 하지만 그들에게 드러나는 폭력성과 살인을 하면서도 기도드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과연 그들에게 희망 없는 나라가 되어버린 자국이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분명 살인과 폭력 마약은 죗값을 받아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죽음으로까지 몰아가는 그들의 삶이 그 현실을 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행복했던 내 고국의 시절 하지만 변질되어버린 고국의 현재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 누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외면하고 싶을까?
오랜 시간 고국을 떠나있었기에 그 시간만큼 사회에 많은 부조리들이 있었던 그 이유에 대해서 미쳐 알지 못했기에 그는 현실 앞에서 주저앉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그는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세상을 향한 자신의 고국을 향한 시선이 부정적인 관점으로 변했고 콜롬비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범죄가 많은 나라 메데인을 증오와 원한의 수도로 여기게 되는데...
삶의 진정한 가치들을 자기 스스로 훼손한 채 결국 자신의 목숨마저 끊어버리려는 사람들 ... 돈을 위해서라면 죽이는 것도 죽는 것도 결코 그들에겐 중요하지 않다. 그런 살인자들이 성모에게 스카 풀라를 착용하고 기도하는 모습은 아마도 이 작품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아닐까? 그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반성인 것일까? 맹목적이고 절대적인 구원 믿음으로부터 그들의 살인적인 모습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읽었던 책들 중 가슴 아픈 이야기로 기억에 남을 청부 살인자의 성모. 지난 칠십 년 동안 겪은 콜롬비아의 기록들을 책을 통해 알게 된 지금의 나는 망가져버린 고국 앞에 놓인 수많은 청년들 앞에 그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사회적, 정치적으로 너무나 변해버린 자신의 나라를 혐오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에게 어쩌면 성모는 또 다른 안식처가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조금이라도 용서받기 위한 나름의 도피처가 아니었을지... 살아있음과 동시에 죽어있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그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음을 느낀다. 그렇기에 책을 덮은 지금까지도 난 그들의 기도를 더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