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순수의 시대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8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월
평점 :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저자) 문학동네(출판)
부당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부당함에 대하여 논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아처 그의 눈에 비친 메이. 그녀는 그를 기쁘게 하는 한 사람이었다, 그 누구보다 솔직하고 충실하고 용감했다. 하지만 그런 메이의 장점들이 훈련의 산물이었다면? 그 모든 것들이 가식이었다면? 인위적인 인간들의 모습을 지금도 다양한 곳에서 발견하고 있는 지금도 과연 순수함 역시 인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에 잠시 고민의 시간을 갖게 만들었다. 결혼에 대한 남자들의 관점 아처의 관점이 드러난다. 하지만 아처는 그저 자신이 누려온 자유를 자기의 약혼녀는 누리면 안 된다는 그 자체가 이해가질 않았으니 그의 생각이 끝까지 이어져가길...
아처와는 다르게 그의 부인은 너무 솔직해 보인다. 그런 부인의 모습이 달갑진 않겠지? 왠지 아처의 눈에 비친 부인은 경박스러워 보이고 가식적으로 보인다. 살면서 생기는 모든 일들이 그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면 그 또한 즐거울까? 같은 사람을 매일 만나는 것이 실수라고 보는 아처 부인의 말을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아처 부인의 과거가 어땠길래 그녀는 과거의 삶을 버린다는 것일까? 종교적인 문제에 있어서 이혼도 막지 않는 신교도... 결혼과 이혼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들이 펼쳐진다.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행복의 잣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상대방을 포기해야만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행복의 대가 그것이 설령 책 속에서 말하는 것일지라도 그런 대가를 바라고 행하는 행복이 과연 행복할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도 외롭다는 말이 있듯 어쩌면 아처 부인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부인의 행동에 잠시 그녀를 이해하는듯해 보였으나 또다시 성내는 아처... 그런 아처와 살고 있는 부인... 여자에게 행복은 그리 큰 것이 아닐 텐데... 남자들은 모르나 보다.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 아처는 자신의 이름처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영악하고 자신의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히는 명궁으로 표현되는 만큼 아이러니함은 곳곳에 드리워진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거리 그 거리의 유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가까이 가면 갈수록 멀어지는 사람이 있듯 사람과 사람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가 유지돼야 한다는 것! 아내 메이에 대한 아처의 무관심 그것이 이 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겠는가? 아처의 사랑이 파멸로 이끈 가장 중요한 원인! 진정한 매력과 사회적 관심사는 아처에게는 그저 남다른 이야기일 뿐 자신의 열정과 욕망만이 삶의 전부였던 그에게 그 삶의 끝은 어떨까?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와 사촌과의 결혼을 앞둔 연인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그는 왜 몰랐을까? 고전의 세계 그 끝은 알수 없기에 또 고전이란 소설에 빠지고 마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