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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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후 ,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저자) 소담출판사(출판)

1957년 프랑수아즈 사강이 펴낸 세 번째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라는 영화로 인해 주인공 조제가 자기의 이름을 뒤로한 채 사강의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를 좋아해서 조제로 불리길 원했다고 하니 그 이유가 더 궁금해져서 더 빨리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대표 소셜 5권 중 이번에 새롭게 만나게 된 한 달 후 일 년 후아홉 명이라는 등장인물들 속에 서로 얽히고설킨 남녀 간의 사랑과 그 안에 담긴 다소 이해하긴 힘든 스토리가 펼쳐지지만 이것 또한 그 시대적 배경을 두고 펼쳐졌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뒤로한 채 책장을 넘겼다. 한국 소설이었으면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일들 들 이 소설 안에서 일어나고 있었으니 말이다. 누가 딱히 주인공이라고 하기엔 그들의 삶 속에 묻힌 사랑이 인물 한 명 한 명에게 모두 다른 의미였기에 나 역시 한 인물에 대해 집중적이기보다 스토리 전체를 느끼고자 했다.

그의 삶에서 유일하게 폭력적인 것, 그것은 질투심이었다.

p69

자신만을 바라보는 임신한 아내 니콜을 두고 부유한 집안의 딸 25살인 조제를 홀로 짝사랑하고 있는 베르나르를 보며 왜 저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인지 그것을 사랑이라 느끼며 자신의 아내와 조제를 비교하며 삶을 살아가는 무명작가 베르나르를 보며 바람피우는 한 남자의 결과물이 과연 내 예상을 빗나갈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반면 조제의대생 자크와 동거를 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의 육체와는 다르게 마음의 영혼은 온전히 자크에게 항해 있지만은 않고 과연 그녀를 짝사랑하는 베르나르와 어떤 만남이 이루어질까? 조제의 마음을 그녀 자신은 알고 있을 테지... 하지만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긴 쉽지 않은 것일까?

"일 년 후 혹은 두 달 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p136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마저 이곳에서는 없어 보인다. 또 다른 부부 출판사 직원인 알랭과 그의 부인 파니. 알랭 역시 무명 여배우인 베아트리스를 사랑하고 있다. 파니는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부부라면 촉이 있거늘 그녀 역시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눈감아주는 모습을 보며 니콜이나 파니나 안타까웠지만 그럼에도 가정을 지키고자 했을 그녀들의 마음이 헤아려졌다. 요즘 한국 문화에서는 거의 불가능할 것도 같지만 알게 모르게 이런 부부들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죠."

p186

베아트리스를 두고 알랭과 그의 조카 에두아르라니... 이 무슨 막장 드라마일까 싶지만 그만큼 그녀의 매력은 소설 곳곳에서 발산된다. 베아트리스와 에두아르는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동거를 하게 되지만 그녀의 스폰서 극장 지배인 졸리 오가 나타나면서 그녀의 욕망이 점점 커져만 가는데... 둘은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프랑수아즈 사강을 책을 읽다 보면 늘 스스로가 고뇌에 빠질 때가 있다.

"조제,이건 말이 안 돼요. 우리 모두 무슨 짓을 한 거죠?......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이 모든 것에 무슨 의미가 있죠?" 조제가 상냥하게 대답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 그러면 미쳐버리게 돼요."

p187

이번 작품 역시 그랬다. 과연 사랑이 무엇일까? 이들은 진정 그들이 나누었던 감정들과 열정들을 사랑이라 부를 만큼 당당했던 것일까? 적어도 사랑이란 이름 앞에서만큼은 온전히 상대방과 나에게 허락된 그 값진 시간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와 예의를 지켜 최대한의 진실한 사랑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사랑의 지속성이 인간의 그릇된 욕망으로 이렇게 허무하고 고독하며 사랑 이 단어 하나에서 오는 모든 것들은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쓸쓸했고 가장 덧없음을 절실히 보여주기에 충분했던 소설이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말이 다시 한번 뇌리에 깊게 박힌다. 그녀의 소설로 사랑의 본질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고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나고 싶다면 한 달 후 일 년 후를 펼쳐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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