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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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저자) 소담(출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잊을 수 없는 말로 내 뇌리에 박힌 프랑수아즈 사강! 그녀의 작품 『마음의 푸른 상흔」을 통해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소설과 에세이가 담긴 책이라 더 궁금해진다. 냉담하면서도 독특한 그녀의 문체를 좋아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내면의 자아를 사강은 자꾸만 꺼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말한다. 늙는다는 것은 더 이상 자기 것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이 문장 하나로 난 오늘도 다시 내 몸을 들여다본다. 삶을 살면서 어쩌면 가장 소중한 것 그것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아닐까?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의 것이다. 시간의 가치를 더 드높게 하기 위함은 없을까? 고독... 누구에게 나 존재할법한 그 단어가 주는 외로움 그것은 삶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서두르는 것은 굼뜬 것만큼 어리석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삶도 마찬가지다.

p42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었을 때 여주인공 폴 같은 여자가 있을까? 나 또한 생각했고 사강의 소설을 접할 때마다 과연 소설 속 주인공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 나도 그랬어 나도 저랬지 하며 소설 속 주인공이 마치 자기 자신인 양 말하는 독자들을 볼 때면 사강은 그녀들의 감정에 공감한 것이 아닌 오히려 그런 그녀들을 괴물이라 다소 격한 표현을 한 것 보니 오히려 의외였다. 그녀 역시 이 모든 것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것이 아니었던가? 물론 그녀의 상상이 총동원되었겠지만 말이다.

그녀의 소설은 상상이상의 것을 필요로 하진 않는 것 같다. 적어도 사강 그녀의 책만은... 소설속에 등장하는 스웨덴 남매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 그 둘의 사랑을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사랑을 넘어선 다소 퇴폐적인 사랑으로 바라봐질 수도 있는 그 시선들에 당당해질 수 있을까? 남매가 정착할 수 있게 뒤에서 묵묵히 그들을 지원하는 로베르 베시.. 자신과 비슷한 또래 남매 무일푼인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를 보며 사강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제덜만 부인의 값비싼 물건도 세바스티앵은 자신의 누이 하나뿐인 누이 엘레오노르를 위해 팔아버린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족 그녀를 위해서 말이다.

나는 엘레오노르와 나, 그녀의 삶과 나의 삶, 모든 것을 뒤섞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다.이것이 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p119

스웨덴 남매의 소설과 사강의 에세이는 그렇게 서로 엉겨있었다. 소설 속 이야기를 작가 자신이 해석하며 이야기해 주니 느낌이 새로웠다. 결코 가볍지 만은 않은 그들의 생존기 앞에 그들이 외면하고 싶은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들은 무엇을 외면하고자 했던 것일까? 진실 앞에 떳떳하지 못한 그들의 모습이 교차되고 만다. 소설은 사강의 에세이 속 소설이라 읽으면서도 갸우뚱 내가 지금 제대로 읽고 느끼고 있는 게 맞나 싶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정답은 없다며 난 계속 책장을 넘긴다.

결코 외면하지 말아야 할 마음의 푸른 상흔

내 안의 진실과 마주할 때

남매들을 보며 어딘가 불안함의 연속이 계속 이어졌던 건 무언가 해결되지 않을 것만 같은 내 생각 때문이었을까? 지금까지 읽은 사강 책 중에 가장 난해한 부분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사강 속 또 다른 사강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강은 자신의 에세이 속에 주위의 모든 사회적 문제 이를테면 자살, 청년들의 문제, 마약, 여성문제 등등 사회 전반적인 주제들을 가지고 그녀 자신만의 생각들과 이야기를 낱낱이 쏟아내며 비판한다. 이 모든 것들을 써 내려가며 한없이 고뇌했을 사강을 상상하니 그녀가 결국 마지막까지 매듭짓지 못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그것은 인간이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었을 것이며 삶과 죽음에 대하여 그 한계에 부딪히고 만 인간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이제 그 한계를 벗어나 자신을 똑바로 직시하며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을 반성하고 살핌으로써 삶에 대한 또 다른 자세가 이제는 필요하지 아닐까? 지금도 마음속 깊은 어딘가에 푸른 멍이 들어가고 것을 외면하고 있을 그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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