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난 - 2022년 제4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손보미 외 지음 / 문학사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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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제 4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불장난』

                   손보미외 (저자) 문학사상(출판)

1977년 재정한 「이상 문학상」은 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이 남긴 문학적 유산과 업적을 기리며, 매년 가장 탁월한 소설 작품을 발표한 작품들을 표창하고,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발행해 널리 보급함으로써, 한국 문학의 발전에 기여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한다. 신입 작가들의 꿈 어쩌면 그것은 신춘문예 당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글을 쓰며 한때 신춘문예 당선이란 걸 꿈꿨던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내가 유일하게 찾아 읽어보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45년간 한국문학의 정통성을 이어온 이상문학상이다.

이번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더 기대되었던 이유는 작품도 물론 좋겠지만 작가들 때문이었다. 특히 예전에 강화길 작가님의 음복을 읽고 개인적으로는 팬이 되었었다. 대상 수상작 손보미 작가님의 「불장난」과 자선 대표작 「임시교사」 문학적 자서전 「일인칭 여자애」를 시작으로 강화길님의 「복도」 ,염승숙님의 「믿음의 도약 백수린님의 「아주환한날들이장욱님의 「잠수종과 독」 서이제님의 「벽과 선을 넘는 플로우최은미님의 「고별」까지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님들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다. 그중 몇 작품을 이야기해 볼까 한다.

9살 소녀에게 아버지의 불륜은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어린 나이에 겪었을 소녀의 성장통을 그린 이야기 손보미 작가의 불장난은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 이사와 전학으로 인해 소녀가 겪었을 정신적 혼란스러움을 오롯이 혼자 겪어야만 했던 그 시절을 소녀는 이야기한다. 아버지보다 열두 살이나 많았던 더군다나 소녀의 학교에 근무했던 스물일곱 초짜 교사의 그녀... 소녀는 새엄마를 소설 속에서 그녀라 호칭했다. 아마도 소녀에게 새엄마의 의미는 엄마가 아닌 그저 자신의 아버지 곁에 있는 여자일 뿐 아니었을까? 두 어머니 사이에서 소녀가 안정을 찾기란 힘들어 보인다. 성인이 된 소녀가 결혼을 하고 남편과 대화를 하면서 도중 과거로 돌아가 소녀의 시점에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과정은 삶의 미묘한 기류 속에 그 온도가 극명하다.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한 섬세하면서도 담담한 묘사로 어느새 난 불장난에 빠져들었다. 인간의 진실과 거짓, 삶의 허구와 사실이 뒤엉켜있는 그곳에서 소녀는 그녀의 염원이자 욕망인 글쓰기를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강화길님의 복도는 주인공이 이제 막 재개발이 시작된 동네로 이사 가면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복도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지도 앱에 존재조차도 하지 않았던 그들의 집은 마치 판자촌과 같은 길이 아파트 복도처럼 느껴질 뿐이다. 1단지 100동 101호 1층에 거주하게 된 부부는 블라인드를 완성해서 바깥 화단에서 집안이 보이지 않도록 설치한다. 하지만 화단에서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는듯한 불길한 생각이 든다. 자신의 집 1단지가 아닌 2단지 100동 101호로 택배가 오배송되는 경우도 많아진다. 지도앱에 조차 나오지 않는 그들의 집은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느낌으로 가득하다. 1단지와 2단지 사이에서 택배며 배달음식이며 그 모든 것들이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한 이 집에서 그들은 잘 살수 있을까?

어느 날 자신이 주문한 토마토가 2단지로 오배송 된것을 알게된 주인공은 자신의 택배를 찾으러 가고 얼마전 만났던 꼬마를 따라들어가게 되는데 나쁜사람으로 오해를 받기도한다. 주인공이 자신의 집 블라인드 넘어로 본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무엇이었길래 그녀는 소스라친것일까? 덩달아 나까지 섬뜩해졌다.알수없는 그녀의 행동이 궁긍했다.무엇때문에 그렇게 도망치고 싶었던것일까? 임대주택이라는 특수설정을 해놓고 작가는 주인공에 대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냈다.그들이 겪는 일들에 감정이 실려 그녀의 발걸음을 어느새 나또한 따라가고 있었다.지도에 존재하지 않는 그들의 집은 지도에 존재하는 또다른 집을 향한 염원과 주인공의 집에 대한 욕망이 절실히 뼈아프게 드러나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우리나라 부동산 현실을 꿰뚫어 보고 있는 날카로운 주제속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단편이라고 해서 그 감동이나 흥미로움까지 짧다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다른 작품들 역시 짧은 글속에서 독자들은 커다란 메세지를 안게 될것이고 다시 정독하게 될것이다. 현대문학의 매력은 어쩌면 현대사회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사회문제들을 다룸으로써 독자들은 그 공감대가 훨씬 크게 다가오지 않을까라는 것이다.나 역시 이번 작품들을 통해서 깨닫게 된것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다 읽고 나서 다시 첫장을 펼쳤으니 말이다.더군다나 작가들만의 특색있고 섬세한 문장 구사력은 나역시 감탄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이렇게 영향력있는 작가들과 글들을 만난다는것은 나뿐아니라 어쩌면 독자들에게도 커다란 행운이지않을까? 한국문학의 깊이를 조금 더 깊게 알고 싶다면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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