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후면 지구와 소혹성이 충돌하여 지구가 멸망한다고? 그럼 그 한 달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할까? 인류가 끝난다. 한 달 후면... 짧다면 그 짧은 나날들을 어떻게 보낼까? 도입 부분부터 날카롭다. 무엇이 에나 유키를 이토록 어린 17세의 고등학생 나이에 불구덩이로 밀어 넣고 있단 말인가? 벌써부터 두려움에 앞서 있어야 할 그녀 후지모리가 염려스러웠다. 그런 에나를 더 힘들게 만든 건 아무런 죄의식 없는 반 아이 이노우에와 그의 패거리들이다.
에나에게 자신이 할 일을 미룬 채 각종 심부름을 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어딘가 모르게 불량해 보이는 이노우에와 패거리들... 에나 유키는 그들 사이에서 무사히 학교생활을 마칠 수 있을까? 하루하루가 왠지 지옥과 천당을 오가고 있는듯한 유키를 보고 있자니 너무 답답했다. 학교폭력의 실태에 관한 소설인가라는 착각이 불러일으켜질 만큼 말이다.
에나 유키의 일상은 지구 종말이라는 평범하지 못한 한 달이 오히려 더 편하게 다가오는 느낌을 소설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뚱뚱하고 자신이 쓸모없다 여겨지는 에나 유키. 그가 짝사랑했던 어여쁜 미소녀 후지모리와의 약속! 나중에 도쿄에 같이 가자던 그 약속을 잊지 않고 늘 마음속에 담아두며 지내고 있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 모든 남자들이 우러러보았던 미소녀 후지모리를 같은 학교에서 만나게 되고 그녀와 도쿄에 가기로 약속했던 옛 추억을 떠올린다. 그러나 후지모리는 에나 유키를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그녀를 지키기 위한 에나의 고군분투가 시작되지만 반에서 그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이놈의에 패거리 집단에 그는 온갖 심부름을 하며 괴롭힘을 당하는데... 과연 그의 짝사랑 후지모리를 그들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까?
에나는 운송회사 다니시며 늘 자신을 응원해 주시는 어머니께 당당히 좋아하는 여자를 따라 도쿄를 따라가려는 계획을 얘기하고, 어머니는 한 달 후면 지구가 멸망한다는 속보를 듣고 아들이 걱정되었지만 쿨하게 아들을 보내준다. 엄마와 아들 서로에 대한 믿음이 너무나도 강했던 모습이었다. 자신을 낳아준 진짜 부모님을 찾기 위해 LOCO 라이브 공연을 보러 간다하고 도쿄를 가야만 했던 후지모리의 용기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전제 속에 펼쳐졌다. 후지모리의 부모님을 찾는 여정에 에나가 함께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