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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잊어도 좋겠다 - 나태주 인생 이야기
나태주 지음 / &(앤드) / 2021년 12월
평점 :

『이제는 잊어도 좋겠다』
나태주(저자) 앤드(출판)
나태주 시인님의 자전적 에세이기도 한 이 책은 인간은 지극히 주관적인 존재이며 자신의 마음속과 머릿속에 잠재워진 기억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가 있는지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1945년 충남 서천군에서 태어나신 나태주 시인님은 1963년 초등학생 교사로 43년을 지내셨다고 한다. 25살에 이미 아이 셋의 아버지가 되었고 6.25한국 전쟁이라는 혼란한 시대를 겪으며 살아남기 위해 무슨 일이든 했어야만 했던 역사적 소용돌이 앞에 무엇이 남아있었을까? 그 시절 맨몸으로 모든 고난과 역경을 네 아이와 아내를 위해 이겨내야만 했던 아버지를 그는 기억하며 추억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 역시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오리니 가끔은 나도 모르게 그 추억에 젖어 있었다. 인생의 기억이 이토록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사 묻혀 지낼 때면 그 기억을 떠올리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음을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외할머니와의 추억이 가득한 것을 보니 사이가 엄청 돈독해 보였다.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 돌아가신 후 나태주 시인이 4살 때부터 36세의 나이에 홀로 손주를 키웠으니 오죽할까...
집보다 외할머니 댁을 더 편해했던 그였다. 초등학교 때 외할머니 댁에 혼자 찾아갔을 만큼 외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웠을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그에겐 말이다.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학교를 가야 하는 눈은 반갑지 않았다. 외할머니 등에 업혀 완순네 집 마당을 지나 간이학교를 가야만 했던 그 길을 잃을 수 없었던 것은 외할머니에 대한 사랑과 손자에 대한 외할머니의 관대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외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은 그런 유년 시절을 겪었기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 풀꽃의 주인공 나태주 시인님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독 외할머니와의 추억이 많았던 그 기억에 나도 돌아가신 외할머니와의 향수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삼 남매 중 나를 제일 좋아하셨던 외할머니의 따스한 손이 아직도 그립다. 그 기억 그 향수를 결코 잊지 못하리...
무서운 문둥이고개를 넘어 보리밭 우거진 신산재를 넘어야만 학교를 갈 수 있었다. 학구가 바뀌어 국민학교가 바뀌어버려서 더 이상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고 엄마에게 떼를 쓰며 울었다. 그런 영주에게 신발을 던진 어머니는 영주가 신발에 맞아 코피를 쏟아내자 당황해하며 더 이상 학교에 가라며 강요하지 않았다. 코피가 흘리기만 하면 그 시절 초등학교 2학년 5월일이 떠오른다는 그... 코피의 기억은 아마도 그 시절 속 어린 그에게 두려움으로 남았던 것 아닐까? 학교 가기 싫었던 그때에 하필 어머니가 던진 신발에 맞아 코피라니.. 타이밍이 참 절묘하다. 괜한 웃음이 감돌았다. 어린시절 영주를 통해 그의 유년 시절을 엿볼수 있었으니 말이다.
인생의 수많은 시간을 걸쳐 지금의 나태주 시인님이 계시기까지 기억은 또 다른 기억을 낳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지금 기억은 또다시 재생산되어 추억으로 남겨진다. 나태주 시인님의 행복했던 유년 시절 특히 외할머니와의 추억은 지금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서정적인 이야기가 전체 틀을 잡고 있었기에 읽으면서도 감정이 이입되어 나 또한 그 그리움과 재미는 배가 되었던 것 같다. 때론 망각된 기억과 추억을 환원시켰던 값지고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오랫동안 난 나태주 시인님의 인생 이야기와 내 인생의 기억을 이 책의 제목과는 반대로 잊지 못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