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6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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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2』

도스토옙스키(저자) 문학동네(출판)

백치 1권에 이어 2권에서도 역시 아름다운 인간의 진실된 묘사는 이어졌다. 삶에서 배제되고 격리되는 므이쉬킨 공작의 운명은 이 소설의 제목이 왜 백치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백치라는 의미가 '공적 세상에 속하지 못하는 자, 공적이지 못한 인간, 사인'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정치적인 공적 세상에 참여하지 못하는 자, 공적인 삶, 세상의 삶에 참여하기엔 부적격하다고 선언되고 배제되는 자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소설 속 백치 므이쉬킨이 바로 그러한 인물이다.므이쉬킨이 보여준 그만의 순수함,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이 2부에서는 점점 다른 이들처럼 파멸을 맛보게 되면서 그의 앞날을 예고했다. 로고진과 그리스도처럼 선한 의지로 충만한 므이쉬킨 공작 그 사이에 나스타시야. 이셋은 과연 어떠한 결말을 맺게 될지가 제일 궁금했다. 인간의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 직관적인 그의 시선으로 냉철하게 다른 인물들을 비판하는 그의 모습에서 단연 인간의 본래적 모습을 보기도 했다.

이 소설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바로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이다. 도스토엡스키의 묘사력은 그의 책을 읽을때마다 생각들지만 단연 최고인듯 싶다.그들의 속마음이 훤히 보이는듯한 대화들과 행동 속에서 인간의 내면이 보이고 동시에 그들만의 모순이 드러나며 과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진실된 모습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늘 중심에 있는 므이쉬킨 공작을 두고 그들이 일삼는 발언들은 때론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정작 그들은 어쩌면 공작보다 더 못난 이들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속내를 기꺼이 감추며 다른 사람들 눈치만 보기에도 바쁜 사람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솔직하고 자신의 뇌전증을 당당히 얘기하는 공작으로 인해 그들은 그에게 또 다른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 공작이 사랑했던 어쩌면 연민으로부터 비롯됐던 나스타시야를 다시 만나고부터 그의 인생이 다시 꼬이기 시작한다. 그는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했던 것일까? 또 다른 여자 아글라야에 대한 그의 마음은 진심이었을까? 이 소설을 읽는 재미는 이렇게 등장인물들 사이 사이에서 오는 극중 대립감이다. 나스타시야와 아글라야는 정 반대의 성격과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그 둘은 공작의 사랑을 원한다.

자신들의 마음과 다르게 행동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인간의 모순을 가장 잘 드러낸 장면이기도 했다. 백치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은 괴짜, 기인, 머리가 돌아버린 사람 등등 일반적인 인물들은 아닌 만큼 왜 그들이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하며 읽게 된다. 세계는 이런 사람들을 배제하고 배척하고 고립시키고 격리하며, 많은 인물들이 자신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위험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어쩌면 일맥상통하다. 어딘가에 소속되고 어딘가에 자신의 존재가치를 보장받기 원하며 자신의 뜻과는 전혀 달라도 그들이 원하기에 때로는 자신의 존재마저 감추고 애써 희생양이 되어버리는 사회로부터 우리는 지금까지 서로가 서로를 마주하며 때론 경멸하며 본모습을 감춘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들에 회피하지 않고 그러한 권리조차 없다고 느꼈던 므이쉬킨 공작. 그의 개입은 로고진과 나스타시야를 결국 파멸로 가는 길에 기여했으나,아글라야가 폴란드백작과 혼인한것이며.입폴리트도 자연사로 생을 마감한 것이며 비범한 앞 두사람과는 달리 다른 인물들은 평범하게 존속됨은 진실로 아름다운 인간의 선한 의지가 가져온 결과라 한다.

어쩌면 백치는 인간의 파멸을 그린 소설이기보다 므이쉬킨공작으로 부터 인간이 얼마나 진실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제대로 표한하며 그가 선택했던 그 모든 것들이 원칙적으로는 옳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줌으로써 긍정적인 인간의 모습의 최후를 보여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그가 완전한 백치로 돌아갔어도 말이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부디 악으로부터 선이 앞설 수 있는 세계를 기다리며 므이쉬킨 공작이 내게 남겨준 인간의 진실함만은 안고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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