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다. 무당인 엄마와 재개발 구역 용역으로 일하시는 아빠 밑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가고 시간강사를 하며 교수인 남편을 만났고 연화는 아들딸을 낳고 행복하게 살던 그들에게 찾아온 연화의 담도암은 모든 걸 무너뜨린다. 안젤라는 대학시절 누구보다 당찼던 연화와의 추억을 또다시 되새긴다. 유신 체제 속 일제식 교육을 해야만 했던 안젤라. 교사로서 그녀는 그런 것들이 불만스럽다.
연화와는 달리 안젤라는 결혼에 대한 생각도 부정적이다. 오히려 교사라는 직업으로 인해 책 읽을 시간이 없고 글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녀는 작가를 꿈꾸고 있었고 연화는 안정된 가정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둘은 극명하게 서로 다른 삶을 추구하며 살았었다. 그런 연화에게 안타까운 일이 생기게 된 것이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으로 살았을 연화가 불쌍했다. 자신을 만나 고생만 하다 간 것 같은 것이라 생각만 드는 연화 남편 정교수.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소문들을 믿어서라도 떠난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속에서 떠나지 못하는 마음이 오죽할까 싶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이것이 정작 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실적 허구에 깊은 혼동이 오기 시재했다. 그러기엔 그들의 삶이 너무 안타깝기 그지없었고 그러기엔 그들의 삶이 너무나도 애처로웠기 때문이다. 이 책에 담긴 7편의 소설은 다 다를 것 같지만 어찌 보면 한시대를 겪어온 하나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