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클로에 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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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클로에 윤(저자) 팩토리나인(출판)



그동안 즐거웠어. 고마워. 안녕 p12


가끔 드라마를 보면 원수지간처럼 서로 티격태격하다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둘이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고 또 어떤 드라마는 서로 위장 계약을 하고 목적 달성이 이루어지면 깨끗이 헤어지는 그런 부류의 드라마가 있었다. 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를 만나게 되기 전까지는 그저 현실감과 동떨어져 재미있게만 시청하고 지나쳐버렸던 그런 이야기를 내가 읽게 될 줄 몰랐다. 더군다나 이것은 소설이다. 작가는 블로그에 취미 삼아 연재했던 글이 엮여 독자들의 사랑으로 이렇게 멋진 책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펼치는 로맨스에 어느 순간부터 난 빠져 있었고 난 어느새 소설 속 여주인공은 제이가 되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왠지 모르게 슬픈 이야기일 것 같았기에... 춤추는 게 이리도 슬퍼 보일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녀가 죽기 전날로 시작하는 프롤로그로 시작된다. 일주일째 같은 작별 인사.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이 어떨까? 상상만 해도 마음이 울고 있다. 제이와의 만남은 면접이었다. 면접 질문이 다소 황당하긴 한데... 계약기간 100일 그런데 계약서에 갑이 사망할 경우? 생소한 계약서~더군다나 계약금이 3억이다! 그 어느 누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제안을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 예쁜 얼굴에 얄미운 샴고양이 같은 그녀의 모습~둘의 관계는 이렇게 갑과 을로 이루어지는데...


100일이란 시간 동안 그들에겐 무슨 일들이 일어날까? 세계는 과연 제이와 100일 동안 마음을 뺏기지 않고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궁금증을 안고 읽어나갈 때 그냥 내 심장이 마구 요동쳤던 이유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었다. 왠지 점점 그녀에게 길들여지고 있는 것만 같은 세계! 그녀가 하는 말들이며 행동이며 이해할 수 없지만 언젠가 알게 될 테지... 제이가 세계에게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다만 더 마음이 아파지는 건 언젠가 제이가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갈지 곁에서 지켜봐야 할 세계의 마음이다.

삶의 대가란 이런 거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부정하는데 원치 않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내 과거에 대한 평가를 적나라하게 받고 나서야 그동안 내가 얼마나 한심한 놈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p302


난 왜 이들에게 100일의 기적을 자꾸만 바라게 되는 것일까? 다만 그 누구보다 다른 이에게 기대지 않고 의지 않고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제이의 모습에서 어쩌면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고.. 로맨스도 이런 심장이 두근거리는 로맨스는 오랜만이다. 그들의 사랑은 과연 사랑이었다 말할 수 있을까? 삶에 대해 부정적 경향이 다소 있어 보였던 남자 주인공 전 세계가 은제 이를 만나면서부터 변화되는 그 과정과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주인공 은제가 자신만을 위해 헌신하는 세계를 만나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고 이제는 은제 이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게 된 세계에게 현실은 잔혹하게만 흐른다.


100동안의 제이의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기 위한 그들의 만남은 결코 잘못된 만남이 아니었음을 그들은 증명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 안에서... 제 이를 보며 그래도 위안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제이는 제이 존재만으로도 자신이 빛을 냈다.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자신만을 가장 사랑하며 남은 생을 가장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어 했을 그녀였기에 그마저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씩씩했던 제이를 잊을 수가 없다.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았지만 그녀에게도 남모를 가정사가 있었고 다른 사람들의 심장보다 몇 배 더 빨리 뛰는 심장병을 안고 살아갔을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 요즘은 상실이라는 말을 나 스스로도 실감했을뿐더러 삶과 죽음의 희미한 경계 속에 그런 책들을 많이 접해보고 있는데 그것이 나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미 또한 너무 크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행복을 나 자신으로부터 찾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 제이의 모습에서 어쩌면 그녀는 삶과 죽음을 훨씬 전부터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을까? 제이의 일기장에서 난 무너지고말았다. 눈물이 어찌나 앞을 가리던지..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눈물을 닦아본적도 너무 오랜만이었다.제이와 세계 그들만의 세상에서 난 헤어나오지 못했다.


행복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는 제이의 말을 되새기고 또 되새긴다.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본다. 내 삶은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지... 내일 죽더라도 오늘을 사랑하자라는 작가의 그 깊은 뜻을 난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가슴 절절하면서도 삶의 또 다른 지혜까지 선사해 준 가슴 아픈 로맨스 사랑 이야기에 잠시 눈을 감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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