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종말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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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종말』

그레이엄 그린(저자) 현대문학(출판)


자신이 불행하면 남의 행복에 질투가 나는 법이지

p20


모든 것은 사랑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것이 질투든 증오든 그걸 알기 전까지는 그저 사랑이라 믿었다. 적어도 소설가 벤드 릭스는 세라에게 그러했다. 하지만 그 사랑이 증오로 변하고 사랑의 종말이 오기까지 그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인간과 인간 남자와 여자가 만나 거짓 없이 사랑을 나누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신한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증오로 인한 파국은 결국 종말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벤드릭스의 시점으로 소설은 쓰인다.


헨리와 벤드릭스 그들의 대화 속에서 사랑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들만 스쳐 지나간다. 헨리는 술자리에서 세라와의 고민을 벤드 릭스에게 털어놓는데...그들은 불행이라는 큰 굴레에 휩싸인 듯 보였다. 무엇이 그들을 불행하게 만든 것일까? 벤드릭스는 자신과 헨리를 이방인이라고 표현하기에 이르는데... 최근에 읽었던 이방인이란 책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내가 알고 있는 이방인이라면? 그들도 결코 행복이 주가 아닌 불행이 그들의 삶에 더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무엇이 헨리를 두려움에 휩싸이게 한 것일까?


벤드 릭스는 세라와 연인 사이였지만 갑작스러운 그녀의 이별에 2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친구 헨리의 부인으로 또다시 등장하는 세라. 하지만 세라를 의심하는 헨리의 모습에서 벤드 릭스는 탐정을 고용해 세라를 일거수일투족 감시하기에 이른다. 그녀가 2년 전 왜 갑자기 자신을 떠나게 되었는지 가톨릭 소설답게 이 소설은 종교와도 관련이 있었다. 그 신앙심에서 비롯된 세라의 행동에 벤드 릭스는 2년 전의 진실을 알게 되는데...

한편 남편 헨리는 어쩌면 이 소설에서 가장 비참하고 불쌍하기 그지없는 애처롭기까지 한 인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부인 세라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 같다는 의심을 벤드릭스에게 털어놓게 되는데...세 사람에게는 과연 사랑이 무엇이었을까? 소설가 벤드릭스의 1인칭 시점으로 바라보고 쓴 이 소설이야말로 사랑의 기록이 아닌 증오의 기록이었던 것이다.


결코 쉽지 않았을 불륜이라는 소재로 쓰였기에 그 시대 이 소설은 영화화가 되기도 했었을 것이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 ,분륜,의심 ,증오...인간의 내면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모든 주제들이 다 들어있는 소설이 아닐까?흔히 이야기하는 아름답고 절절한 사랑이 아닌 인간이 보일 수 있는 추악스럽고 퇴쇠적인 사랑 그런 사랑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고뇌와 상실감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더 나아가 인간의 자력으로는 불가능한 전쟁이라는 암담한 현실을 맞닥뜨리며 끝내 사랑이 처음부터 시작이 아닌 끝을 향해있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자신이 먼저 알게 된 벤드릭스 그의 사랑의 종말론은 아니었을까?


이 소설이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이야기였다는 점에서 더 주목하게 되었고 그랬기에 몰입도가 더 강했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에게 사랑은 상상 이상으로의 또 다른 사랑이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벤드 릭스의 증오라 말하는 그것은 증오가 아닌 어쩌면 또 다른 의심이 낳아버린 자아의 연대기가 아니었을까? 내 안의 또 다른 자아를 슬그머니 다시 꺼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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