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일 만에 다랑어를 만나고 청새치를 잡기까지 순탄하지 만은 않았던 어부 생활에 드디어 종지부가 찍힌다. 자신의 조각배의 두 배? 세배? 만한 거대한 청새치를 잡게 된 노인은 청새치와 함께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노인은 계속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소년이 같이 있었더라면 좋았겠다고 말이다. 노인은 계속 중얼거린다. 바다에 있는 물고기들에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에게... 노인의 독백이 너무 외롭고 쓸쓸해 보이지만 오직 살기 위해 자연의 섭리를 바닷속 진리를 그는 따를 수밖엔 없었나 보다. 바다와 하나이면서도 하나가 아닌듯한 산티아고의 바다. 그는 청새치를 무사히 가져올 수 있을까? 그런데 청새치 그 무게가 어마어마하다... 잡히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청새치의 모습에서 마치 살려고 발버둥 치는 노인의 모습이 비쳐 보인 건 왜일까?
하지만 육지로부터 너무 멀리 나와버린 탓에 돌아가는 여정도 쉽지만은 않다. 노인이 배에서 혼잣말을 하는 걸 깊이 생각해 보면 자신이 어부로서 고기잡이를 하며 잡힌 고기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갖는듯하다. 하지만 이것은 자연의 섭리로 여기면서 살려고 발버둥 치는 청새치의 모습에서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보는듯해서 더 안타까웠다. 청새치가 상어에게 살점이 뜯길 때마다 노인은 자신의 살이 뜯겨져 나가는 것 같았을 것이다. 상어와의 결투는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생사가 걸린 일이다. 노인은 상어로부터 청새치를 지켜낼 수 있을까? 85일 만에 찾아온 행운은 끝까지 노인 곁을 지킬 수 있을까?
잡힌 그대로 육지로 도착해 마을 주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 비록 힘없고 하찮아 보일지 모르는 노인이지만 고기잡이를 하는 그의 모습은 어쩌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포기하지 않고 오직 인내심으로 바다 한가운데에 그의 생을 바친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젊었을 땐 그 누구보다 힘이 세고 장사였던 그거 나이가 들어 쇠약해졌지만 노인이 보여준 삶은 나에겐 그 자체로 감동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노인과 바다는 어쩌면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가 있었기에 그는 끝까지 살아갈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오랜만에 만났던 노인과 바다는 나에게 다시금 인생에 대한 의지와 희망,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 자연에 대한 겸손함, 삶의 마지막 죽음에 대한 자세까지...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