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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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문열(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출판)

읊어지지도 씌어지지도 않은 시가 시일 수 있을까. 듣는 이도 읽는 이도 없는 시가 시일 수 있을까. 오직 자신만을 목적으로 의식 속에서만 눈부시게 피어올랐다가 스스로 완성됨을 흐뭇해하는 미소 속에 스러지고 마는 시. 그리하여 '짓는'것이 아니라'하거나''사는' 시일 수 있을까. 그런 시를 하고 그런 시를 사는 사람도 시인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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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장편소설 시인은 현재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20여 개국 1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고 있다. 너무나도 존경스러운 작가 이문열 님의 장편소설 [시인]을 만나보았다. 형제 병하와 병연은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떠나 방랑자의 생활을 하게 되고 이는 곧 김삿갓이라는 특이한 시인 즉 김병연의 이야기이다. 다시 말하자면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아들이 아버지께 드리는 글이라고 해야 하나?

책을 읽다 보면 유독 아들과 아버지가 대립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쓰는 편지나 글들로 책이 씐 것도 많이 접할수 있었는데 이문열 작가님의 시인 역시 그것에 가깝다 생각한다. 가족의 몰락과 수난을 가져온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증오는 고스란히 시가 되어 돌아왔다. 이것은 유독 시인뿐만 아니라 이문 역 작가님의 책을 많이 읽어본 사람으로서는 금방 알 수 있었으리라. 아버지란 자체는 어느덧 그의 모티브가 된지 오래인 것 같다.


작품 속에서 동생 병연은 시인이 되어 부모님과 떨어져 상처 많던 유년기를 보내면서 열악했던 그의 모든 상황들이 어쩌면 작가의 유년기를 보는듯했다. 병연은 출세를 위해 권문세가에서 문객 노릇을 했다는 대목과 작가 자신의 강력했던 체제 귀속 의지와 신분 향상 욕구를 드러내는 부분은 그 시대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부친에 대한 아들의 생각은 작가가 아버지를 생각하며 썼던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보통 소설을 읽다 보면 허구 속에서도 자신의 감정이나 자신이 겪고 느낀 것이 소설 속에도 침투되는 경향을 볼 수 있는데 이 책 또한 그런 구절들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니었나 생각 든다. 시인 역시 근대문학의 많은 부분이 그렇듯이 위장된 자서전이라는 국면을 가지고 있다 한다 하나를 듣고 열을 안다는 상상력의 총기와 간접적 정보 활용 능력이 작가의 주요 자산이라는 사실은 위장된 자서전의 요소가 많은 작품의 경우에도 되풀이 강조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한다.


난 이문열 작가님의 가장 강력한 소설은 당연 삼국지이다. 하지만 시인이라는 책은 아버지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강렬했던 만큼 마음을 울리는 구절들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아버지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한 번쯤 다시 해보고 싶은 독자들은 꼭 읽어볼 책이지 않나 싶다.익균의 아버지가 익균에게 전하는 절절한 마음은 너무나도 안타까우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저려왔다. 전설적인 시인 김삿갓의 생애를 독특한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이문열의 장편소설 시인을 만나 아버지에 대한 생각, 글에 대한 열망, 시에 대한 목마름을 느껴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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