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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생활기록부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나혁진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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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생활기록부
나혁진 장편소설 | 몽실북스
처음부터 오싹했다. 이것은 빠른 전개라기보다 이미 결말이 나온 것 같았는데 그것이 처음 시작되는 부분이라니... 겉표지에서부터 느낌은 들었다. 칼에 찔려 있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나. 그렇게 유령이 된 허영풍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사회에서도 그다지 변변치 않았던 존재로 살아갔던 서른다섯 살 허영풍은 복권에 대한 환상으로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술 마시고 비 오는 골목 거리를 거닐다 넘어지고 비틀거린다. 하지만 일상이었던 그날이 죽음을 맞게 되는 날이 될 줄이야 그 누가 알았을까...
페이지를 멈출 수 없었던 것은 그의 행적을 따라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별 볼일 없이 살았던 그가 유령이 되어서 그의 존재 가치를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허영풍이란 사람은 죽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밖에 없는 사람이 되고 만 것일까? 하지만 왠지 사람이었을 때나 유령이었을 때나 초반에는 둘 다 비슷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가 옛 여자친구를 찾아가고 친구들을 찾아가며 명절에는 부모님께 찾아가는 모습들은 생전 자신이 하지 못했던 말들과 행동들을 뉘우치고 생각하며 했던 것이라고 생각하니 사람과 유령 사이에 그 어떤 커다란 벽이 있는 것 같았다.
가까이 있을 땐 그 소중함을 모르다가 떠나고서야 아는 것처럼 그 후회스러움을 유령이 되어 그의 생활기록부에 남기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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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인생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시간을 낭비하며 살았던 허영풍이 한심했지만 유령이 되어서 사람답게 살려고 했던 그의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유령이라는 소재로 흥미로움을 유발했던 이 책이 당분간 기억될 것 같다. 영화로도 나왔다고 하니 기회가 생기면 꼭 한번 보고 싶다. 이승에서 자신의 가치를 한없이 절망감에 빠뜨렸던 허영풍에게 유령은 어쩌면 또 다른 새로운 자신의 존재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인생을 살게 해준 게 모티브가 아니었을까?
인생의 참의미를 유령이 되어서야 깨달았을 그가 안타까웠지만 한편으로는 유령이 되었기에 깨달음을 알게 된 그가 어쩌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이 소설은 한 인간의 이승과 저승의 삶을 그대로 내비치며 또다시 삶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해주었다. 코믹스러우면서도 판타지하고 인생에 대한 작은 울림을 선사해 준 유령 생활기록부를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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