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이름 - 미술사의 구석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여성 예술가들
권근영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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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이름

권근영(지음) | 아트북스

마술사의 구석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여성 예술가들. 역사 앞에 숨겨져 있어야만 했던 그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 속에 시선을 끄는 명작들. 그것은 곧 나의 마음까지 뺏는다. 그렇게 권근영 작가님의 완전한 이름은 '먼저 온 미래'라 불리던 그녀들의 이름에 완결성을 부여하며 스스로 예술로 승화시켰다.

많은 명작들 속에서 특히나 눈에 띄었던 것은 그림 속에 그려진 여자들의 눈빛이었다. 그녀들의 눈빛은 곧 화가의 내면까지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구도와 표정들로 독자로 하여금 인간세계에 다시 한번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지닌듯했다.

이름조차 알려지지 못했던 여성 예술가들의 혼이 담겨있는 그녀들의 그림들을 마주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던 걸까? 숱하게 남겨진 그녀들의 작품이 이제는 빛을 발휘할 때인가 보다.

남녀 차별이 심했던 그 시절. 처음 마주한 바우하우스 직조 공방들의 그녀들 모습이 생생하다. 눈빛은 너무나도 자신만만하였고 당당해 보였던 직조 공방 여성들...

그녀들이 그곳에서 꿈꿔왔던 것들은 과연 그 당시 현실 속에서 이루어졌을까? 때론 너무나도 당당하게 때론 파울라 모더존베커처럼 임신한 배를 만지며 웃는 듯 마는듯한 그녀들의 자화상은 어딘가 모르게 자신들이 닥친 모습들을 그림 속에 표현해 낸 것 같았다.

근대 조선의 아이돌이라고 불렸던 나혜석의 삶 또한 생전에도 사후에도 오해들로 가득했다고 한다.

유명한 아이돌들이 이따금씩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기사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나혜석 님도 그렇게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고 하니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왜일까? 인간들은 왜 허구 속에서 진실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일까? 인생을 살면 살수록 오히려 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나혜석 님의 자화상을 보고 있자니 어딘가 모르게 너무나도 외로워 보이는 그 눈빛을 난 잊을 수가 없었다.

한국인 최초로 유화 개인전까지 열었던 그녀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작가는 화가들의 그림들을 마주하며 끝내 이루지 못했던 그녀들의 희망찬 미래와 삶을 끄집어내서 완전한 이름으로 불리기까지 인생이란 어쩌면 때론 너무나도 고단한 것이 었음을...우리는 역사 앞에 그녀들이 남겨둔 그림들을 바라보면서 제대로 호명조차 되지 않았던 그녀들의 이름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죽음이 인생의 끝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던, 죽는 날까지 그림을 그리겠다던 천경자 화가님은 끝끝내 이루지 못한 꿈이 되기까지...죽음은 그렇게 허망함이 존재한 삶의 일부분이었다는 것을 알고 계셨을까? 그림들 속에 전해지는 화가들의 이야기 역시 역사로 남겨질 만큼 유래가 깊었다. 나 역시 예술가들의 혼을 바탕 삼아 앞으로 그녀들의 완전한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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