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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물어도, 예스
메리 베스 킨 지음, 조은아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9월
평점 :
§§ 다시 물어도, 예스 §§
『메리 베스 킨』 장편소설 | 『황금시간』
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이해했지만
두 사람이 함께한 역사를 끊임없이 되새기고 그 무게를 매 순간
끌고 다니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본문 p358
1970~198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이 책은 씌었다. 어느 날 경찰 프란시스 글리슨 집 이웃으로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했던 브라이언 스탠 호프가 이사 오면서 그 둘은 교류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이웃에 대한 좋은 일들이 아닌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남을 암시해 주는 계기가 된다. 비슷한 시기에 프란시스 아내 레나는 아이들을 셋이나 낳게 되지만 브라이언의 아내 앤은 첫아이를 유산하고 외동아들 피터를 낳게 된다. 피터와 레나의 막내딸 케이트는 동갑으로 어렸을 때부터 서로 각별한 사이가 되어 친하게 지낸다. 이것도 어쩌면 잘못된 만남이었을까?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있을법한 인물들이다. 정신질환과 알코올중독,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겪어 이겨내지 못한 사람, 부부 사이의 불륜과 배신, 부모의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 등등... 그래서 더 몰입되어 읽어나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앞날을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애초에 두집은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최소한 그 끔찍한 사건만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피터 엄마 앤의 망상은 나날이 심해지지만 남편 브라이언은 그녀에게 무관심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남편이 조금 더 부인에게 신경 썼더라면 앤의 정신병 증상이 그래도 저렇게까지 심각해지진 않았을 텐데... 하며 안타깝기까지 했다.
그 무엇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가정환경 속에서도 밝게 자란 피터가 대견할 뿐이다. 하지만 케이트와 피터가 결정적으로 사이가 멀어지게 되는 사건으로부터 그 둘은 4년간의 헤어짐을 맞이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피터가 대학에 들어가서도 케이트를 잊지 못한다. 그 마음은 케이트도 같다 여겨진다. 부모도 뜯어말릴 수가 없는 것이 자식의 사랑이라고 해야 하나. 이 소설에서 만큼은 그러했다. 피터가 케이트에게 청혼을 한 그날 이후 사건은 극에 치달았지만 그 누구도 그들을 막을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인연이 운명을 만들어 놓은 것일까? 피터 엄마 앤도 한 인간으로 보자면 너무나도 안타까운 인물이었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함을 가족들과 이웃들이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신경 쓰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들의 무관심이 그녀를 벼랑 끝으로 내몬 못난 어미로 만든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은 져버릴 수가 없었다. 피터와 케이트, 그리고 이 두 집안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 인연의 끝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사람 일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하더니
인생을 살면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난다. 하지만 세상이 좁다는 말도 나올 만큼 언제 어느 때에 그 사람을 다시 만날지 다시 보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운명은 떨레 야 뗄 수 없는 존재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고통을 겪었음에도 다시 물어도 예스라고 말하는 어쩌면 힘들지도 모를 긍정적 에너지가 필요함을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