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 보이는
이호준 지음 / 몽스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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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관능의 세계로 들어가는 의식과도 같다.

본문 26

이호준 저자의 사진 에세이집이 출간되었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난어느새 그 시대로 그 배경속으로 들어간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내가 어렸을때 있었던 슈퍼며 무심코 지나쳐 갔었던 풍경들 너무나 익숙했던 하늘 구름 호숫가..등등 너무 많은 사진들은 나를 어느새 추억속으로 데려가주었다.세월이 흐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어렸을땐 미쳐 몰랐던것들을 너무나도 많이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저자역시 그가 찍었던 사진들은 어느새추억이되어 천천히 걸어야만 보았던것들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든다.걷기 예찬가인 장자크 루소는 걸으면서 생각을 구성하고 창조적 영감을얻었다고한다.나도 걷는것을 너무 좋아한다.똑같은 곳을 한번 걸을때와두번째 세번째 걸을때는 그 느낌도 다르고 내가 미쳐 보지 못했던 것들이보일때면 새삼 큰 깨달음과 함께 내얼굴에 미소도 번진다.

마치 무슨 보석이라도 찾은거마냥 말이다.부지런한 걸음걸이가 좋은 사진을 만든다는 저자의 말처럼 어쩌면 세월도 인생도 너무 빨리 뛰는것보다 천천히 부지런히 주변을 둘러보며 걸어가보는것은 어떨까? 책을 읽다가 장독대위에 떨어진 시들어버린 꽃사진을 보았다.

저 꽃도 처음에는 색깔도 예쁘고 줄기에 매달려 자신을 뽐내고 있었겠지.지나가는 사람들은 너무 예쁘다며 한마디씩 했을법도 하다.하지만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시간이 흘러 줄기에서 떨어져버린 그 꽃잎은 이제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는 져버린 꽃이 되어버렸다.인생도 그런것 같다.태어나 꽃같은 인생을 살다가 어느새 노년이 되면 힘없이 축쳐진 어깨사이로 그 빛을 잃어가는 인생...하지만 져버린 꽃도 꽃이다.어쩌면 더 아름답고 더 애잔한 꽃이 아닐까?

가끔 집 밖을 나와 한참을 아무 생각없이 걷곤 할때가 있다. 걸으면 제일 좋은것은 그 시간만큼은 그져 아무생각이 없다는 것이다.단 분일지라고 단 몇시간일지라고 오롯이 걷는것에만 충실해보면 느낄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요즘은 알것 같다. 시멘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작은 민들레처럼 어쩌면 내 삶도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겠지만 굴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한 송이 꽃을 피우기위해 보냈던 지내왔던 그 시간들처럼 앞으로도 내 삶은 걷기처럼 천천히 그리고 곰곰히 생각하며 살아가야겠다.

사진 에세이가 다른 책들보다 더 감동이 오는 까닭은 사진 자체에서 오는잔잔함같다.

한동안 멍하니 옛추억을 그려보고 앞으로의 남은 인생을 조금더 천천히 살아가보자고 생각해본다.

휴식이 필요하고 힐링이 필요할 때 다시 한번 꺼내보게 될 소중한 책이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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