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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누가 하는가? - HR대전환 시대, 사람과 일을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가?
이현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9월
평점 :
이 책은 일의 중요도를 조직의 목적, 즉 왜 이 #회사가 존재하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에서 역산해서 판단하라고 말한다. 예컨대 안전보건 경영체제 하나만 보더라도, "서류를 완비하는 일"과 "현장에서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하는 일"은 겉으로는 같아 보여도 전혀 다른 과업 구조를 갖는다. 전자는 문서화·기록·보고라는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태스크로 쪼개지고, 후자는 판단·소통·현장 감각이라는 비정형 태스크로 이루어진다. 이 구분이 되어야 비로소 "이 태스크는 누가, 혹은 무엇이 감당해야 하는가"라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걸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달았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시대에 인간인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책이 말하는 답은 바로 '#책임'과 '#맥락'이다. 아무리 똑똑한 #AI도 모니터 밖의 현실을 온전히 알지는 못한다.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읽어내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졌을 때 수습하며, 무엇보다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주어진 매뉴얼을 기계처럼 따를 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상황 속에서 직접 부딪히고 갈등을 조율하며 책임을 져보는 경험을 통해 한 단계 단단해진다.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을 가려내고, 어떤 태스크는 AI나 외부 전문가에게 넘기고, 사람은 가장 핵심적인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은 매일 반복 업무에 치여 근무하던 내 일상을 정면으로 돌아보게 만들었다.
#AX(AI Transformation)를 위협으로만 바라보던 내 시각도 이 책을 통해 조금 바뀌었다. 책의 태도는 "AI가 일자리를 빼앗을까"라는 두려움에서 "이 일의 어떤 태스크를 AI에게 넘기고, 어떤 태스크를 사람에게 남길 것인가"라는 설계의 언어로 질문을 옮기라는 것이다. #HR이 해야 할 일은 AI 도입을 막거나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일을 끊임없이 분해하고 재배치하며, 그 과정에서 사람이 맡아야 할 책임의 영역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이 시대 HR의 존재 이유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나에게 상당히 실천적인 지침으로 다가왔다.
내가 지금까지 안전, 인사, 회계, 구매, 인허가를 넘나들며 일해온 이유는 단순히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숙명 때문만은 아니었다.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이야말로 나를 담당자에서 관리자로, 관리자에서 지금의 판단하는 사람으로 전환시켰다. 책은 사람의 성장이 '정형화된 태스크를 반복 숙달하는 경험'이 아니라 '비정형 상황에서 판단하고 그 결과를 책임져 본 경험'에서 온다고 짚는다. 이는 조직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직이 학습으로 남겨야 할 것은 매뉴얼이나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 그런 것은 오히려 시스템과 AI가 더 잘 관리한다 — 왜 그 판단을 했는가, 그 판단이 어떤 맥락에서 옳았거나 틀렸는가에 대한 서사다. ISO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느낀 부족함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절차서는 넘치는데, 그 절차 뒤에 있던 판단의 이유는 사람이 바뀌면 함께 사라진다.
이 책이 나에게 남긴 가장 큰 전환은 '일'을 더 이상 사람의 동의어로 보지 않게 된 것이다. 일은 목적에서 출발해 과업으로 분해되고, 그 과업은 가장 적합한 원천에 배분되며, 그 배분의 끝에는 반드시 책임지는 사람이 남는다. 오십대 관리자로서 나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이 배분의 설계자로 남을 수 있을지, 아니면 여전히 태스크 안에 매몰될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그것이 이 책이 나에게 남긴 가장 무거운, 그러나 가장 유용한 숙제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