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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기원 - 일월총서 71
브루스 커밍스 지음, 김자동 옮김 / 일월서각 / 1986년 10월
평점 :
품절
경향신문에서 광복70주년 특집으로 "김호기-박태균"의 글이 여러차례 실릴모양이다.박태균의 "한국전쟁"은 읽었고,최근 "해방일기"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것이 미시적이라면 이책은 거시적일듯하여 읽게 되었다.이책은 80년대 학생운동권에서는 필독서였다고 한다.그리고 혈기 넘치는 학생들은 분단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생각하여 대사관도 점거하고 문화원도 점거하고 미군철수도 외쳤다.당시 친일파로 구성된 군인들에 의해 오랜 군사독재정권하에서 지내온 것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느낄수 있는 분노였다.그때는 일방적인 반공위주의 교육만 받아오다가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되었으니..,지금 읽어도 그 생각이 드는데 그때에서랴..,나는 이책을 직접 읽어보지 못했지만 "해방전후사의 인식"이나 다른 책들에서 이책의 내용과 비슷한 것들이 있어 대충은 알고있다 생각했다.
읽고나니 이 학자가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는다.한국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고 객관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단한가지 아쉬운것은 글씨가 너무 작아 읽기 어렵다는 거다.
이책을 읽는내내 참담하고,안타깝고,분노가 치밀고,마음이 무거웠다.오랜기간 일제의 식민지 침탈에서 온갖고생을 다한 사람들에게 해방은 진정한 축복이 되어야 했으나,그것은 한반도 북쪽에서만 실현되었고,남쪽에서는 일제식민지시절보다 더 못한 세상이 되었다.해방당시 모든 정파를 떠나 조선인이 요구한것은 1.친일반역자의 처단과 친일잔재의 청산 2,자주적인 독립국가의 설립 3 토지제도의 개혁 등이었다.이것은 이념과 정파를 떠나 해방당시 모든이의 요구사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점령군으로 남한에 진주한 미군은 일본놈들의 교묘한 계략과 공산주의의 확대를 막아야 한다는 그릇된 신념과 영어에 능통한 지주와 기업가로 대표되는 친일파의 무리들의 거짓에 넘어가 민족의 염원을 친일경찰과 군인들을 이용해 총칼아래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해방후 미군과 소련군이 진주하기전에 자발적으로 건국준비위원회가 설립되었고,일제에 항거했던 투사들과 민족주의자들을 중심으로(존경받는 사람들로)나라를 새롭게 할 기초적인 준비가 착착진행되고 있었고,공장에서는 노동조합이,농촌에서는 농민조합이 공장과 마을을 접수하여 치안을 유지하고 기초를 세워가고 있었으며 후에 인민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아마도 이시기가 남한에서는 해방의 참기쁨을 느낀 짧은 기간이었으리라..,
남한에서도 북한에서처럼 소련군이 대부분의 행정권을 지방의 인민위원회로 넘겼다면 한반도는 자연스럽게 여러과정을 거쳐 온건한 사회주의 정권이 성립되었을 것이다.물론 오랜세월이 흐른 지금 동구권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고,소련도 해체되고,중국도 이름만 사회주의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고,북한도 3대세습과 남한과 비교도 안될 경제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분단 70년간 남과북이 겪은 온갖 고통을 상쇄하지 못한다.그후의 통일한국이 어떠한 모습으로 바뀌었을지는 모르겠으나 단 한가지 확실한것은 그렇게 됐다면 "친일파는 처단되고,친일잔재는 청산되었으며,반칙이 횡행하고,정의가 거꾸로 서는 나라는 되지 않았을 것은 확실하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모든 구태와 악습은 바로 해방후 청산하지 못한 친일잔재에 뿌리가 있다.그리고 친일세력을 부활시킨것은 미국임이 틀림없고 분단의 책임또한 상당히 크다.또한 분단이 계속되는 원인은 남북의 정권세력에게 있다.분단체제를 이용해 기존 기득권을 톡톡히 누리는바 통일을 바랄 이유가 없다.남한에서는 모르는 나쁜일이 일어나면 모든것을 북한에게 돌릴수 있는 편리한 대상이다.북한또한 체제유지에 미국을 써먹고 있고..,
개인에게도 운명이 있듯,나라와 민족에게도 운명이 있는듯 하다.원자폭탄이 일찍 터지지 않아 일본이 그렇게 빨리 항복하지 않았더라면,만주와 한반도에 일찍 진주한 소련이 한반도 전체를 통치했더라면,이승만이나 김일성같은 극우,극좌가 아닌 여운형이나 조만식같은 중도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았더라면.,운명을 달라졌을 것이다.또한 이책에서 김구와 임시정부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에서 평가하는것 또한 흥미롭다.우리에겐 어쩌면 과대포장되어있는지 모른다.
이런 것을 소설이나 드라마로 만든다면 참으로 흥미로울 것 같은데 여러가지 제약조건이 많아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다.
일제치하에서 11년이나 감옥생활을 견뎠고,해방후 광주에서 건준의 치안대장을 했다는 김석이라는 인물이 미군정과 친일경찰에 의해 체포,고문,처형되는 이야기를 읽으며 느꼈던 분노를 느끼게 해줄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는 볼수 없는 것인가?
한인들은 일본 혹은 독일의 지배로부터 벗어난 다른 아시아 및 유럽인민들과 함께 새로운 시대,새로운 운명에 대한 즐거운 기대를 공유했다..고난에서 벗어나고 한인들이 다시 자랑스럽게 똑바로 서서 걷는것을 보고,감옥의문이 열려 우리의 애국자들이 다시 햇빛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우리 자신의 말을 사용하고,새로은 한국을 위해 계획하고 희망하고...,이것이 1945년 8월 15일에 우리가 가졌던 자유에의 황홀한 열망이었다.그러나 한국은 외국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그리고 해방은 한갓 신화로 정당화된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정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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