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그토록
이야기에 빠져드는가’ 라는 부제처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류는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하며 이야기에 빠져 살아가고 있다.
인간에게서 ‘스토리텔링’을 뺀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스토리텔링은 인류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진화한 기술이다. 스토리텔링은 까마득한 과거부터 있어왔고 현재까지 더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진화론적 입장에서 퇴화되지 않고 더욱
발전되고 있다는 것만 살펴보더라도 분명 생존을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조너선 갓셜은 진리에 가까운 이러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다양한 사례를 들어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듯이 전해주고 있다. 책을 읽고 난 지금 나는 그와 함께 차 한잔을 하며 재미난 이야기를 나눈
기분이다.
인간은 잠시도 사고를 멈추지
않는다. 실제 발화를 제외하고라도 머릿속에서는 온갖 다양한 상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인간은 찰나의 시간에서도 상상을 하는데 하루 동안 인간이
만들어내는 생각의 가지 수는 대략 4만5천여 개 쯤 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이야말로 《스토리텔링
애니멀》이란 제목을 잘 드러내주는 고증인 것 같다. 저자는 글 속에서 진화생물학, 심리학, 신경 과학, 종교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논거를 내세운다.
"심리학자이자 소설가 키스 오틀리는 이야기를 인간 사회생활의 모의 비행 장치라고 부른다. 모의 비행 장치가 조종사를
안전하게 훈련하듯 이야기는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우리를 안전하게 훈련한다."(p84)
실제로 인간은 직접경험이 아닌
간접경험에 의해 대리강화 받기도 하는데 이는 뇌파측정을 통해 직간접경험이 모두 같은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증명한다. 최근 다양해진
매체만큼 이야기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영화나 TV프로그램, 스토리담긴
멜로디(노래), 책 등은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금 이 순간 나 역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멋진 작가의 모습이 떠오르며 내가 이
리뷰를 멋지게 써내려 가는 걸 몇 초간 상상하며 웃었다. 이처럼 이야기를 뺀다면 인생이 훨씬 단조로워 질 것 이며 그런 삶이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저자는 픽션을 많이 소비하는 사람은
삶의 거대한 딜레마를 시뮬레이션을 해보았기 때문에 논픽션을 즐기는 사람보다 사회 활동에 더 능숙할 것이라 말한다. 픽션 독자가 논픽션 독자에
비해 높은 공감 능력과 사회적 능력을 보이는 한 연구를 예로 들었다. 즉 이야기는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실제적 삶을 더 잘 살아나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떠한 힘든 상황 속에서 소설 속 인물이나 자신이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 속 주인공을 떠올려 유사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깨닫기도 한다. 비단 이러한 효용론적 관점이 아니라 일반론적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이야기는 재미와 쾌락이라는 매우 중요한 요소를
가지기도 한다. 과거 중국 송나라때는 전문 이야기꾼, 즉 ‘설화인’ 이 있었다. 그들은 전문적으로 설화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공연하는 이야기꾼이었는데 그들의 존재가 바로 이야기가 인간 삶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잡고있고 얼마나 중요한것인지를 반증해준다.
우리나라 역시 판소리, 마당놀이 등에 음악적 요소 외에도 스토리라는 이야기가 가미되어 있어 더욱 민중들의 사람을 받아왔다. 이처럼 이야기는
쾌감과 교훈을 주고 현실에서 더 잘 살 수 있도록 세상을 시뮬레이션 한다. 스토리텔링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 불가결한 부분임은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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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그러하기에 상상을 하고 그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말 그대로 ‘스토리텔링 애니멀’ 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보화 사회의 물결 속에서 디지털 매체의 일방향성에 빠져 생각하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실의 테두리가
아닌 사이버세계에 탐닉해 현실과 동떨어지게 사고하고, 사색이나 몽상 등의 시간을 가지지 않은 채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간다는 것이다. 하루 중 잠시라도 모든 디지털매체, 특히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네버랜드’를 여행해 본다면 지금의 삶보다 좀 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