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동다東茶여, 깨달음의 환희歡喜라네 - 구름과 달과 더불어 만나는 고요한 찻자리, <동다송> 새로 읽다
원학 지음 / 김영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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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茶道)’......

언제나 동경하며 진정한 다도를 배우고 깨닫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막연히 그런 생각을 품고 살다 이 책과 만나고 나니 더욱 간절히 다도를 배우고 싶어진다.

 

초의선사는 조선후기의 대선사로서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하여 ‘다성(茶聖)’으로 불리 운다. 차와 선을 하나로 보아 다선일미 사상을 관철하였고, 이에 《동다송》을 지어 수행과 다도가 둘이 아님을 강조하였다. ‘동다’란 ‘동쪽나라(조선)의 차’라는 의미로 중국의 중화사상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중국의 동쪽인 당시의 조선, 바로 우리나라의 차를 의미한다. ‘頌’은 ‘칭송하다’는 의미로, ‘동다송’은 ‘우리나라의 차를 칭송하는 노래’라는 의미이다. 초의선사는 동다를 단순히 마시는 차가 아닌 수행자가 수행하는 방법으로, 차를 마시며 인격과 정신을 수양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다선일미, 다선삼매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

 

동다송에는 차의 생장과 개화, 종류 및 찻물, 차 끓이는 법, 마시는 법을 비롯하여 그 속에 담긴 선의 정신을 잘 노래하고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유명한 시인, 학자, 승려의 차에 얽힌 이야기와 다선일미의 경지에서 行茶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풀어가고 있다. 하지만 선의 경지에 올랐기 때문일까? 한 자 한 자 자구를 따라 읽고 해석을 확인해가며 읽는 나는 아직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너무 버거웠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겨갈수록 담담하면서도 달짝지근하고 향긋한 차가 몸속 가득 퍼져나가는 기분을 느꼈다.

 

一傾玉花風生腋

身經已涉上淸境

明月爲燭兼爲友

白雲鋪席因作屛

 

옥화 같은 차 한 잔 기울이니 겨드랑이 바람 이는 듯하네

몸이 가벼우니 이미 차향이 스며들어 맑은 경지 올랐다네

밝은 달 촛불 삼고 아울러 벗도 되나니

흰 구름으로 자리 펴고 병풍을 두르리라(p 209)

 

초의 선사는 올바른 다도란 차를 통해 덕을 쌓고 나아가 깨달음의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수행하는 것이라 하였다. 맑고 깨끗한 차의 향과 맛을 통해 늘 심성을 맑게 유지하고 욕망과 번뇌를 떨쳐버리는 것이 선사께서 말씀하시는 진정한 다선일미의 경지일 것이다. 바쁜 현대인의 일상에서 차 한 잔의 여유란 참으로 찾기 힘든 일이 되어버렸고 그나마 음용하는 것은 대부분 서양에서 건너와 어느새 우리 삶을 잠식한 ‘커피’이다. 진한 향과 강렬한 맛에 입맛이 한번 물들어 버리면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이들에게 우리 차의 그윽한 향기와 맛은 너무 밍밍하고 쓸 것이다. 음용의 문제를 넘어서 다도에 담겨있는 다선일미의 품성도야를 위해서는 우리고유의 차 문화에 관심을 갖고 그 속에 담긴 깨달음의 진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속에 젖어 단지 멋내기용의 다도 아닌 다도를 하는 세인들이나, 건강만을 위해 아무런 생각없이 차를 쫒는 사람들에게 조금은 경종을 울리는,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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