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빙빙이 > B사감은 러브레터를 읽지 않는다 후기

남동생과 연극 <B사감은 러브레터를 읽지 않는다>를 보고 왔습니다. 

남동생이랑 공연을 본 건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아요. 우리 둘 다 어린 나이도 아닌데 말이지요. 

공연이 올라갔던 연극 실험실 혜화1번지는 아주 작은 극장이었습니다. 

무대도 작고, 세트도 테이블 두 개, 의자 두 개, 문 두 짝 정도였어요. 

그렇지만 관객석은 가득 찼습니다. 앉을 곳이 없어서 관객석 끄트머리에 엉덩이를 걸치신 분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공연은 한 마디로 정말 유쾌했고 재미있었어요. 

극 중 수현보다 저는 한참 어리지만(그렇기 바라지만) 수현의 외로운 마음을 공감할 수 있었어요. 

오래전에 헤어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하고, 연인 없는 여자로 보이는 게 싫어서 남자친구가 있는 척 연기를 하고.. 

"내가 항상 그렇지"란 말로 자신을 깎아내리고, 사랑을 얻고 싶은 마음을 감추고.. 

수현의 신경질적인 모습 속에는 누구보다도 여린 소녀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잘 생긴 강 선생님(정말 잘 생기셨더라고요)을 보며 아닌 척 설레는 마음을 숨기는 게 참 재미있으면서도 씁슬했어요. 

제가 맨 앞자리에 앉아있었는데 강 선생님이 제게 색종이 가루를 흩뿌려주시는 마법을 보여주시더라고요. 

다 쓸고 가라고 하셨는데 냉큼 나와버렸네요. 허허허. 

옛날 기억과 현재를 오가는 구성이 생각하며 보는 재미도 주었어요. 

예술은 이렇게 삶에 자극과 활력을 줍니다.   

모처럼 남동생과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게 해주신 알라딘 관계자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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