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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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레스크는 원래 "주인공이 악한이며, 그의 행동과 범행을 중심으로 유머가 풍부한 사건이 연속되지만 대부분 악한의 뉘우침과 결혼으로 끝"나는 소설인데, 지금은 뜻이 바뀌어 "독립한 몇 개의 이야기를 모아 끝에는 어떤 계통을 세운 소설의 유형을 이른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이 소설의 주인공인 보건교사 안은영은 선한 사람으로, 굳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는 퇴마사이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실제로 벌어질 법한 사건들이 크고작은 마물들의 장난이라는 설정 하에 주인공이 장난감 총과 칼로써 그것들을 쳐물린다는 '활극물'인데, 그 활약상이 흡사 <인간시장>의 장총찬이다.

명목은 '장편소설'이나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의 힘은 약하고, 앞의 정의처럼 유머가 풍부한 사건이 연속되는 에피소드 모음에 가깝다. 그 이유의 일단은 애초에 단편으로 썼다는 작가의 말에서 찾아 봄 직하다. 간난신고와는 거리가 먼 퇴마 과정, 주인공과 조력자의 필연성 없지만 딱히 안 그럴 이유도 찾기 어려운 결혼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보면 "저는 이 이야기를 오로지 쾌감을 위해 썼습니다"라는 작가의 말도 참말인 듯. 복잡한 세상사로 두통이 몰려올 때 읽으면 통증이 좀 가실 터이다.

듣자 하니 넷플릭스에서 이경미 감독, 정유미 주연의 오리지널 드라마로 만든다는데, 주연 배우 선택이 맞춤하다.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 말고 누가 이 역을 맡으랴. 과연 적격인지 아닌지와 더불어, 드라마화가 책 판매에 끼칠 효과가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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