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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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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남한산성>은 내가 처음으로 읽은 김현의 장편소설이다..전에 읽었던 수필집<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기에 꼭 읽어보리라 벼르다가 띄엄띄엄, 그러나 결국은 다 읽어냈다..

하지만, 제대로 읽어낸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왜일까...  마치 강박증처럼 읽어서인지, 설 연휴를 건너며 읽은탓인지, 낱말풀이가 필요한 옛 용어탓인지, 김현의 문체탓인지.. 아니 이런 모든 이유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일회에 읽기보단 다시 한번 정독을 해야할 것 같다..

역사소설이 소설로서만 읽기 어려운 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자꾸 오버랩하기 때문일것이다...하지만 그래서 친근하게 읽혀지는 장점도 있다. 도입부부터 인상적인 장면은 척화파인 김상헌이 남한산성으로 가기위해 송파나루에서 늙은 사공의 도움으로 강을 건너는 장면이다..

- 물고기를 잡아서 겨울을 나려느나?  - 청병이 오면 얼음 위로 길을 잡아 강을 건네주고 곡식이라도 얻어 볼까 해서...

... 이것이 백성인가. 이것이 백성이었던가... 아침에 대청마루에서 남쪽 선영을 향해 울던 울음보다도 더 깊은 울음이 김상헌의 몸속에서 끓어올랐다. (...)

- 너는 어제 어가를 얼음 위로 인도하지 않았느냐? - 어가는 강을 건너갔고 소인은 다시 빈 마을로 돌아왔는데, 좁쌀 한 줌 받지 못했소이다.

강을 다 건넌 김상헌은 사공에게 남한산성에 같이 갈 것을 권하지만 사공은 한사코 살던 곳으로 돌아가겠다고 거절한다..김상헌은 돌아서 나가는 사공을 칼로 벤다..  김상헌은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43~44페이지) 후에 사공의 딸(나루)이 남한산성으로 들어오고 김상헌이 거두는 인연이 된다..

백성이 이것이던가 하는 울음과 사공을 벨 수 밖에 없는(하지만 꼭 베어야만 했나?) 김상헌에 동정적인 심정과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는 사공 또한 동정이 가는 복합적인 충격이었다.. 

척화를 주장하는 김상헌과 친화를 주장하는 최명길의 말이 모두 공감이 가는 것은 작가의 탁월한 문장력이기도 하려니와 나의 주관이 곧지 못함일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책은 단순 흑백논리로 판단할 수 없는 이율배반적인 느낌을 갖게 해준다.. 

봄이 되면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남한산성에 한번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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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문법 - 민주주의총서 01
조효제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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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을 통해 지은이의 글을 가끔 접하고 또 평소 인문학관련 의미있는 책을 출판하는 후마니타스에서 출간한 책이기에 저절로 손이 갔나보다. 평소 인권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인권에 대한 역사적 발전 배경, 이론과 그 비판이론 등 작가가 서문에서 말한 바처럼 인권의 구체적인 내용(목록)은 다루지 않고 이론적으로 논한다..

작가는 먼저 "그런데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가지 명확히 해 둘 점이 있다"고 서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인권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좋은 개념 담론중의 하나다. 인권이 반드시 필요한 맥락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인권이 모든 경우에 최상의 사상일 수는 없다. 따라서 인권은 다른 좋은 사상 이념 세계관, 예를 들어 민주주의, 사회정의, 평화, 특정 이념, 평등, 휴머니즘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이들과 적절히 결합되거나 적절한 역할분담을 할 때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p.33)    

작가는 '저명한 인권 평화학자 요한 갈퉁이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정리한 인권의 컬러코드'로 여러 인권이론을 간략하게 요약하면서, 이 책의 내용도 큰 틀에서 이런 컬러코드에 차례대로 대응되도록 구성되어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p.229)

①제1차 인권혁명을 주도했던 부르주아들은 '청색인권'The Blue을 주창했다.(2장 고전인권이론)

②노동자 농민 무산계급이 주도한 경제 사회적 권리운동은 '적색 인권'The Red으로 상징된다.(3장 현대인권이론, 4장 마르크스주의)

③여성 아동 소수자 이주자 원주민 등이 요구한 권리와 발전권, 환경권, 평화권 등은 '녹색인권'The Green이라고 부를 수 있다.(5장 페미니즘, 7장 환경권)

④비서구권 제3세계에서 내세운 자기결정권과 문화상대주의는 '갈색인권'The Colored에 속한다.(6장 상대주의)

컬러코드 인권은 특히 인권의 불가분성 원칙에 따라 다 함께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정치가 추구해야 할 큰 목표들과 전일적 인권운동의 지향점이 대부분 일치한다는 말인가? 이질문에 나는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청색권리로서 인권민주주의와 개인 집단의 자율성을 옹호하고, 적색권리로서 복지국가와 노동자권리를 지지하며 녹색권리로서 평화와 한반도 문제 해결, 젠더와 생태적 가치를 모색하고, 갈색권리로서 제3세계를 지원하고 이주노동자를 돕는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인권적 사회공동체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p.343)

이것이 이책의 결론이자 나의 마지막 밑줄긋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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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북 - 젊은 독서가의 초상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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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크리스마스를 결코 잊지 못한다. 아주 추운 밤이었지만 따뜻하고 편안한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매혹적인 책을 읽은 것이다. 옆에서는 주방 테이블 위에 떨어지는 5센트와 140센트의 동전 소리들이 은은하게 들려왔고 이모들은 선물들로 밝게 장식된 거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들의 자녀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 그렇게 보낸 한 시간 혹은 두시간! 그것은 워즈워스가 말한, 인생의 기력을 회복시키는 '한 점의 시간(a spot of time)'이었고, 잡티가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완벽한 행복의 시간이었다.-99쪽

정말 제철 공장 노동자들-혹은 자동차 노동자들, 탄광 노동자들, 트럭 노동자들-은 "이마에 흘린 땀으로" 자신의 보수를 벌어들이는 정직한 노동자들이었다. 나의 아버지는 뜨거운 용광로에다 삽으로 석탄을 퍼넣는 일을 하면서 청춘을 다 보냈다. 그 작업은 너무 뜨겁고 위험하여 한 시간중 30분밖에 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보너스를 받으면서까지 일을 했다. 그건 젊은이가 할 일, 아내와 아들이 있는 젊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217쪽

그 해 여름 나는 내 아버지의 모든 것을 용서했다. 아버지가 아무리 독재적으로 포악하게 행동해도 참고 견디기로 마음 먹었다. 따지고 보면 아버지의 영혼을 마비시키는 그 노동 덕분에 나는 글을 읽을 시간이 있었고, 그 때문에 나의 삶이 아버지의 삶보다 더 나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218쪽

"그 누구도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은 아닐러라.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혹은 본체의 한 부분이니.... 그러므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지 사람을 보내 알려고 하지 마라. 그것은 너를 위해 울리는 것이니."-225쪽

학기 초에 로시는 리포트를 돌려 주면서 지나가듯이 이렇게 물었다. "가장 나쁜 학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한 학생이 망설이다가 F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학생은 A라고 말했다. 그걸 맞은 학생은 잘난 체하는 자 혹은 아첨꾼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었다. "둘 다 아니야," 우리의 인자한 교수가 말했다. "가장 나쁜 학점은 말이야 C플러스야. 그건 아주 평범한 학생이라는 뜻이지."
나는 늘 C+를 맞았다.-324쪽

"얘야, 아버지는 잠시 뒤 내게 말했다. "여기 다니는 애들 중 상당수가 네가 누리지 못한 이점을 갖고 있다는 걸 안단다. 그 애들은 여름방학때 유럽여행도 다녀오고 또 워싱턴의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도 했겠지. 그리고 일류 사립학교를 다녔겠지. 그러니 그 중 소수는 너보다 혹시 더 나을지도 몰라. 하지만 따지고 보면 너라고 그 애들보다 못할 게 없어. 너는 그 애들과 마찬가지로 두 손이 있고, 두 팔이 있고, 두 다리가 있어. 네가 그 애들만큼 훌륭하기 때문에 네게 장학금을 준 게 아니겠니? 넌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 다른 애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거야. 그렇게 하면 모든 문제가 잘 풀릴 거야."-325쪽

최근에 나는 예전에 좋아했던 책들로 돌아가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약간 당황하면서 감정적인 느낌을 갖는다. 14세때 <<전쟁과 평화>>를 읽고 19세 때 프루스트를 읽어서 과연 무엇을 얻어 낼 수 있었을까? 얻은 게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럼 지금은 그런 책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얻고 있는가? 나는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지 않기로 한다. 거기에는 퇴행의 기미가 보이기 때문이다. 단지 스토리의 즐거움, 작가의 독특한 스타일에 집중하기로 한다. 나는 이제 모험가라기보다 식도락가로서 독서에 나선다.-3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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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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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가 처음으로 현실로서의 경제학 전반에 대해, 그것도 경제학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쓴 책이다.  이 책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가난한 나라에 해를 끼치는 일을 그만두게 할 수 있는가에 관해 이야기한 책으로, '세계화'와 '개방'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조류에 대한 반박논리를 제공한다. 먼저 세계화의 신화와 진실, 부자나라의 부 생성 과정을 살펴보며, '역사적 사실'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잘못되었거나 부분적인 진실에 불과한 것들을 소개한다.

그런 다음 경제 발전과 관련하여 정통적 지혜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을 뒤집기 위한 작업을 한다. 경제 이론, 역사, 당대의 증거들을 혼합하여 외국인 투자는 규제해야 하는지, 민간기업이 좋고 공기업은 나쁜 것인지, 아이디어 차용은 잘못인지,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나라는 외면해야 하는지, 경제발전에 유리한 민족성이 있는지 등을 알아본다.

또한 마지막에는 개발도상국들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원조자들이 행동 방침을 정할 때 고려해야 할 원칙들을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과연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자유 무역과 자유시장을 설파하는 대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유명한 책과 영화 등을 소재로 유쾌하면서도 신랄한 대답을 안겨준다.

 

 신자유주의의 주장에 대한 반박논리를  촘스키의 추천사처럼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생생하고, 풍부하며, 명료하게" 제공한다..

끝으로 밥 겔도프의 추천사로 대신해본다.."세계화와  경제발전같은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예컨대 우리모두에게 말이다.."

새 정권의 교체로 우리나라도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논리에 사로잡혀가는 이즈음 읽기 적합한 책이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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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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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분량은 적지만 담고있는 내용은 결코 적지 않은 충격을 준다.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이 아들에게 들려주는 기아의 진실을 아들이 묻고 답하는 문답식으로 풀었기에, 기아의 실태와 그 배후요인을- 우리가 궁금했던 질문이기도 한- 알기쉽게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왜 한쪽에서는 음식이 남아 돌아 음식물 쓰레기를 처치하느라 골머리를 썩는데 다른쪽에서는 기아에 허덕이는 모순이 발생할까?  이런 모순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지은이의 지적대로 학교에서는 기아상황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모호한 이상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인간애를 가지고 졸업할 뿐, 기아를 초래하는 구체적인 원인과 그 끔찍한 결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전세계 기아인구는 8억2,800만명 정도며, 매년 평균700만명이 영양실조로 실명하고 있단다. 동남아시아는 인구의 18퍼센트가, 아프리카는 인구의 35퍼센트가,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는 약 14퍼센트가 굶주리고 있다니.. 지은이는 굶주림은 비극적인 방식으로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하며, 문제의 핵심이 사회구조에 있다고 말한다. 지구는 현재보다 두배나 많은 인구도 먹여 살릴 정도의 식량자체는 풍부하게 있는데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확보할 경제적 수단이 없어, 그런식으로 식량이 불공평하게 분배되기에 매년 수백만의 인구가 굶어죽고 있단다.    

기아를 악용하는 국제기업의 예로 스위스 네슬레의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 시절의 사건을 말하고 있다. 1970년 아옌데는 15세이하 모든 어린이들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무상으로 배급할 것을 공약했고 대통령에 당선된 후 당시 이지역의 분유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네슬레의 거부로 공약은 수포도 돌아갔다는 유명한 일화를.  

지은이는 에필로그에서 시카고의 곡물거래소는 문을 닫아야 하며, 협의 등을 거쳐 제3세게에 대한 식량공급로가 확보되어야 하고, 서구 정치가들을 눈멀게 만드는 어리석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일갈한다. 그리고 인간은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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