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크리스마스를 결코 잊지 못한다. 아주 추운 밤이었지만 따뜻하고 편안한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매혹적인 책을 읽은 것이다. 옆에서는 주방 테이블 위에 떨어지는 5센트와 140센트의 동전 소리들이 은은하게 들려왔고 이모들은 선물들로 밝게 장식된 거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들의 자녀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 그렇게 보낸 한 시간 혹은 두시간! 그것은 워즈워스가 말한, 인생의 기력을 회복시키는 '한 점의 시간(a spot of time)'이었고, 잡티가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완벽한 행복의 시간이었다.-99쪽
정말 제철 공장 노동자들-혹은 자동차 노동자들, 탄광 노동자들, 트럭 노동자들-은 "이마에 흘린 땀으로" 자신의 보수를 벌어들이는 정직한 노동자들이었다. 나의 아버지는 뜨거운 용광로에다 삽으로 석탄을 퍼넣는 일을 하면서 청춘을 다 보냈다. 그 작업은 너무 뜨겁고 위험하여 한 시간중 30분밖에 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보너스를 받으면서까지 일을 했다. 그건 젊은이가 할 일, 아내와 아들이 있는 젊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217쪽
그 해 여름 나는 내 아버지의 모든 것을 용서했다. 아버지가 아무리 독재적으로 포악하게 행동해도 참고 견디기로 마음 먹었다. 따지고 보면 아버지의 영혼을 마비시키는 그 노동 덕분에 나는 글을 읽을 시간이 있었고, 그 때문에 나의 삶이 아버지의 삶보다 더 나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218쪽
"그 누구도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은 아닐러라.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혹은 본체의 한 부분이니.... 그러므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지 사람을 보내 알려고 하지 마라. 그것은 너를 위해 울리는 것이니."-225쪽
학기 초에 로시는 리포트를 돌려 주면서 지나가듯이 이렇게 물었다. "가장 나쁜 학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한 학생이 망설이다가 F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학생은 A라고 말했다. 그걸 맞은 학생은 잘난 체하는 자 혹은 아첨꾼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었다. "둘 다 아니야," 우리의 인자한 교수가 말했다. "가장 나쁜 학점은 말이야 C플러스야. 그건 아주 평범한 학생이라는 뜻이지." 나는 늘 C+를 맞았다.-324쪽
"얘야, 아버지는 잠시 뒤 내게 말했다. "여기 다니는 애들 중 상당수가 네가 누리지 못한 이점을 갖고 있다는 걸 안단다. 그 애들은 여름방학때 유럽여행도 다녀오고 또 워싱턴의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도 했겠지. 그리고 일류 사립학교를 다녔겠지. 그러니 그 중 소수는 너보다 혹시 더 나을지도 몰라. 하지만 따지고 보면 너라고 그 애들보다 못할 게 없어. 너는 그 애들과 마찬가지로 두 손이 있고, 두 팔이 있고, 두 다리가 있어. 네가 그 애들만큼 훌륭하기 때문에 네게 장학금을 준 게 아니겠니? 넌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 다른 애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거야. 그렇게 하면 모든 문제가 잘 풀릴 거야."-325쪽
최근에 나는 예전에 좋아했던 책들로 돌아가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약간 당황하면서 감정적인 느낌을 갖는다. 14세때 <<전쟁과 평화>>를 읽고 19세 때 프루스트를 읽어서 과연 무엇을 얻어 낼 수 있었을까? 얻은 게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럼 지금은 그런 책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얻고 있는가? 나는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지 않기로 한다. 거기에는 퇴행의 기미가 보이기 때문이다. 단지 스토리의 즐거움, 작가의 독특한 스타일에 집중하기로 한다. 나는 이제 모험가라기보다 식도락가로서 독서에 나선다.-3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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