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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곁 - 김창균의 엽서 한장
김창균 / 작가와비평 / 2012년 12월
평점 :
엽서를 받아본 게 언제던가. 엽서를 쓴 것도 받은 것도 기억에 가물하다. 그런데 153통의 엽서를 한꺼번에 받았다. 한꺼번에 받아서 하나씩 아껴 읽었다. 동해의 물결이 와락 넘쳐왔는지 마음이 싸해진다.
시인은 오늘도 엽서를 쓴다. 세상 구름들을 다 모아놓은 동해 바닷가에서 기다림이라는 숙명에게 짧은 소식을 묻는다. 동해와 설악을 번갈아 바라보는 시인에게 서쪽은 무언가를 늘 보내는 곳이다. 서늘해진 하루의 해를 보내고, 한 무리의 별을 보낸다. 그렇게 떠나는 것은 늘 그립기 마련이다.
그리움의 감정도 실시간으로 교환되는 시대다. 빨리 끓고 빨리 식는 사랑에, 그리움도 오래 머물지 못한다. 또박또박 펜을 눌러가며 엽서를 쓰고,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면서 우체국을 찾고, 그리고 빨간 우체통에 엽서를 넣을 때까지 그 더딘 끓어오름을 우리는 너무 오래 잊고 살았다.
『넉넉한 곁』....... 이 한 권의 엽서 묶음을 받고서 나도 이제 엽서를 쓴다. 카톡도 메일도 아니다. 연필꽂이에 수북이 꽂혀있는 펜을 하나 꺼내들고 온 팔에 힘을 주어, 온 마음에 빛나는 것들을 담아 연말의 안부를 묻는다. 내 엽서가 당도하면, 그 뜨거움을 반길 그리운 이가 아직 살아있어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