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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이, 화이 ㅣ 오늘의 젊은 작가 47
배지영 지음 / 민음사 / 2025년 2월
평점 :
담이와 화이! 그들 삶의 대부분의 공간은 지하였다. 담이의 직업은 지하 하수관 청소부, 화이의 직업은 백화점 지하 주차장의 주차 요원이다. 그들 머리 위엔 화려하고 거대한 도시의 삶을 누리는 사람들로 복작대지만 그들의 삶은 악취의 연속이었다.
더구나 사랑의 대상에게까지 비호감이었던 그들에게 어느 날 문득 찾아온 대재앙! 그러나 담이와 화이, 이 두 사람만 살아 남는다. 자신들을 멸시하고 조롱하던 사람들은 모두 순한 좀비가 되어 레밍쥐 처럼 줄지어 물 속으로 빠져 들어가 사라진다. 어떤 저항도 없이....
담이와 화이, 이 두 사람이 어쩌면 간절히 원하던 세상인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서로 비슷한 삶을 살았던 두 사람이라 누구보다도 서로 잘 이해하고 공감할 것 같지만, 이 두 사람도 서로 끊임없는 불화를 겪는다.
그들이 발견한 신세계(삶을 유지할 수 있는 곳)도 지하에 있었지만 그들이 선택하는 세상은 서로 달랐다. 그렇다면 아담과 하와 이후 우리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화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쯤 되면 우리는 알게 된다. 진정 우리가 바라는 유토피아가 어떤 곳인지 우리 자신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
소설 '담이, 화이'는 약자가 강자가 되는 세계를 보여주지만, 강자에게도 안전과 행복이 마냥 보장되지 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것이 전복되고 또 뒤집어지는 배지영 작가의 이번 소설을 단숨에 읽었다. 책갈피를 끼울 여가도 없이 그 자리에서 다 읽게 만드는 흥미로운 이 소설! 두통에 시달리던 휴일에 잠깐 두통을 벗어난 신기한 시간이었다.
단조로운 삶이 지루하다고 생각되는 이가 있다면, 내가 사랑하는 이가 나를 혐오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직업이라 생각한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을 처벌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꼭 이 소설을 읽기를 권한다.
담은 끊임없이 걸었다. 깜박 졸았던 것 같기도 했지만 그때도 하염없이 걸었던 것 같다. 저만치서 작은 점 모양의 빛이 떨어지고 있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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