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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심리학 - 페이스북은 우리 삶과 우정, 사랑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가
수재나 E. 플로레스 지음, 안진희 옮김 / 책세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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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갔을 때 나는 미국의 싸이월드,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를 처음 접했다. 후자의 경우 내가 쓰기에는 너무 어려워서 아예 손을 대지 않았지만, 접근성이 좋고 당시 미국 고교생들 모두가 하나쯤 가지고 있던 페이스북은 재빨리 계정을 만들었더랜다. 하지만 08년도만 해도 우리 손에는 폴더폰이 있던 시대, 1년 후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페이스북에 대해서 까맣게 잊고 지냈다. 가끔 외국 친구들과 연락하는 용도로 쓰긴 했지만, 그것도 그뿐, 입시철이 되자 그 이국적인 SNS를 사용할 일이 도통 없었다.

 

그러다가 2010년 연말, 내 수능이 끝난 후, 한국에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다.

스마트폰의 출현과 함께 특정 사이트들이 '나'라는 개인과 보다 강하게 연결되었다고 우리는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여기 지나친 비약을 감히 덧붙이자면, 나는 스마트폰의 출현과 싸이월드의 종말 사이에는 꽤 긴밀한 연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스마트폰이라는 기계가 제공하는 환경이 '싸이월드'보다는 '페이스북'에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이렇게 결론 내리기 위해서는 싸이월드-페이스북을 비교하고 스마트폰의 특성을 정리해야한다. 하지만 이 리뷰는 그런 논증을 위한 것이 아니며, 때문에 나도 그냥 직관을 발휘해보겠다.)

 

어쨌거나.

페이스북이 한국을 휩쓸기 시작한건 2011년이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카카오톡, 트위터 등의 SNS가 활발해졌고, 2015년인 지금 이 SNS 중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 핸드폰 유저를 찾기는 정말이지 어렵다. 우린 흔히 메신저로 SNS를 사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SNS와 메신저 사이에는 하나의 넘을 수 없는 강이 있다. 바로 '자기 표현'의 영역이다. SNS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꾸민다. 페이스북에서 그렇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나 프로필 메시지가 그러하며, 트위터에 올리는 짧은 트윗과 리트윗 등등이 그렇다. 그런데 이 자기표현은 본질적으로 시청자를 설정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여기가 바로 SNS가 현대인을 조종하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페이스북 심리학>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자기표현이 가능하다는 특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책은 꽤 상세하게 다룬다. 우리는 우리 자신보다 우리가 되고 싶은 누군가가 되도록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며, 어떤 경험을 느끼기 보다 그 경험을 통해 타인의 반응을 얻길 원한다. 계속해서 관중이 있음을 확인하고, 그들로부터 얻는 손쉬운 격려와 지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 순간 개인의 경험은 현실에서 유리되고, 쇼윈도 뒤의 장식품 같은 존재가 된다. 책에서 소개하는 한 끔찍한 일화는 이러한 경향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 가를 잘 보여준다.

 

"페이스북에서 가장 불쾌했던 것은 뉴스피드를 확인하다가 아기가 관에 들어있는 사진을 본 일이다. 내 친구는 생후 3개월 된 딸아이가 죽었을 때 관에 담긴 모습을 진지하게 찍어서 올렸다."

-페이스북 심리학, p.267

 

이 사례에 나오는 친구는, 딸의 죽음을 사진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고 이에 대한 반응을 얻는다. 물론 그녀가 이런 행동을 했다 해서 딸의 죽음을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뜻은 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 이토록 개인적이고 사적인, 어찌보면 쉽게 애도가 끝나지 조차 않을 일을 '올려야 하는 일' 혹은 '알려야하는 일'이라 생각하는 건 분명해보인다. 그것도 아는 친구들에게만이 아니라 꽤 공적인 공간인 페이스북에 전시해야한다고 여기는 건 묘한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페이스북의 구조를 알고 있지 않은가. 내 친구 중 한명만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도, 내가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 공개될 수 있는 곳이다.

 

<페이스북 심리학>은 이런 페이스북의 '사생활'들이 어떻게 전시되는지, 이에 대해 한 개인이 느끼는 압박은 무엇인지, 그리고 페이스북이라는 매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폭력과 인간형은 무엇인지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지점은, 내가 아니라 10대들의 페이스북이다. 20살에 가까운 나이에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알게된 나와 달리, 지금 10대들은 훨씬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 페이스북과 함께 자랐다. 말하자면 SNS NATIVE 다. 현실에 대한 그들의 인식, 기술과의 밀접성은 당연히 나와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읽게 된 10대들의 SNS 문화는 충격적이었다. 일단 SNS가 집단 따돌림의 매개체가 될 수 있고, 직접적인 폭력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10대들이 SNS를 활용하는 방식 또한 재미있었다.(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SNS를 '성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는 지가 아주...) 이들이 그대로 어른이 된다면, 기성세대보다 훨씬 '전시하는' 삶에 익숙한 세대가 될 텐데 이런 삶의 경험이 어떤 인간형을 만들어낼지 두고 볼 일이다.

 

읽으면서 종종 바우만의 <리퀴드 러브>가 떠올랐다. 이 철학자의 예지력이란 놀라울 정도인데, <페이스북 심리학>이 그 철학적 단상이 기대고 있는 실제의 현상들을 꽤 단순하고 읽기 쉽게 정리했다는 생각이다.

다만, 책을 읽는 내내 조금 아쉬웠던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로, <페이스북 심리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상에 대한 분석이 크게 심도있지는 않다는 느낌이었다. 어렵지 않은 책은 물론 좋지만, 음, 어렵지 않다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얕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특히 대안 제시 부분에서 그러했는데, 지나치게 상투적인 말이 많아 유독 그런 느낌이 심했던 것 같다. 구체적인 사례가 있는 부분은 대부분 좋았으나, 그보다는 이상적인 말이 많은 느낌이었다.

 

둘째로, 페이스북에 있는 감정조정자들에 관한 분류에서 투박하고 엉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사실 이 감정조정자들은 현실에서 성격장애 및 여러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일텐데, 이를 단순히 '페이스북에 나타나는 누군가들'로 환산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현실과 페이스북을 완전히 구별해버린 느낌이 들어 이 부분이 좀 더 세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옛날에 '소시오패스를 보면 무조건 피하라'라는 말과 소시오패스의 행동특성만 제시할 뿐 그들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해결방법 등등을 얘기하지는 않은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은 책이었고,굉장히 최근의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조금만 더 깊었다면 더할나위 없었으리란 생각을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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